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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May 14. 2024

야식의 즐거움 혹은?-변해버린 승준

쓰던 논문이 어그러진 뒤 마음을 못 잡던 승준은 느닷없이 고시공부를 하겠다고 나섰다. 운동했던 가닥으로 뭐든 마음먹으면 불사르듯 뛰어드는 승준이었다. 그렇게 대학을 가고, 대학원도 갔다. 윤혜는 승준과 저녁 8시가 넘어 고시 식당에서 제육볶음을 먹었다. 그리고 바로 옆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가끔은 건너 식당에서 차돌 된장찌개를 먹고 버블티를 마시기도 했다. 반경 100미터도 안 되는 곳에서 맴맴 돌았지만, 윤혜는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어느 날 승준이 친구들과 시내에 있다며 번잡한 소리가 가득한 곳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윤혜는 의아했다. 소소한 행복이 사소해져 버렸다. 자신이 편해진 건지 귀찮은 건지 알고 싶었다. 

윤혜는 승준과 늦은 저녁을 먹기로 한 날, 고시촌 앞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친구를 만났다. 승준이 궁금하다며 기다린 친구는 횡단보도를 건너며 잠깐 인사를 건넸다. 승준은 자신은 준비도 못한 채 친구와 마주쳤다며 화를 냈다. 스치듯 인사만 했을 뿐인데, 면접을 보는 것도 아닌데 윤혜는 자꾸만 날카로워지는 승준의 마음이 어려웠다. 며칠 만에 승준을 보겠다고 지하철을 타고 마을버스를 타고 온 윤혜를 다음에 보자며 돌려보냈다. 한참을 걸려 집으로 다시 돌아온 윤혜는 배가 고파 이수를 불러냈다. 둘은 치킨집 노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했다. 승준을 잘 알지 못하는 이수를 통해 승준의 마음을 들었다. 윤혜는 이수와 골뱅이 소면을 먹고 순대볶음을 먹었다. 또 어느 날은 감자탕을 먹고 치킨을 먹었다. 

"윤혜야, 너 무슨 야식을 맨날 먹니. 그러니 얼굴이 이렇게 퉁퉁 붓지. 그거 속에도 안 좋아."

하숙집 이모가 아침에 집을 나서는 윤혜를 보며 말했다. 

"이모, 저 야식에 중독됐나 봐요. 어떡하죠."

윤혜는 야식 덕분에 울어서 부은 얼굴을 감출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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