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는 살면서 다정하다는 것을 사람에게서 별로 느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낯을 많이 가렸던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선생님이 늘 먼저 오해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고 성격을 바꿔보려고 했지만, 쌓여가는 오해의 속도가 더 빨랐고 결국 노력하지 않는 편을 택했다며 남 이야기 하듯했다. 승준은 그런 윤혜가 안타까웠다. 윤혜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윤혜에게 좋은 말을 해줬다. 윤혜가 하는 말은 뭐든 기억해 뒀다. 다음에 만나면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고 선물을 해줬다. 윤혜는 먹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다. 승준을 만나지 않는 날에는 끼니를 라테 정도로 때우고 만다는 것을 안 이후로는 학생처에서 같이 근무하지 않는 날에도 만나서 같이 밥을 먹었다. 멀리서 승준을 보며 윤혜가 설핏 미소 지었던 날,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먼저 말했던 날 승준은 조금 벅찼다. 창백하기만 했던 윤혜뺨에 생기가 돌고 힘이 없던 팔다리에도 살이 조금씩 붙었다. 윤혜의 마음을 채워주는 것이 승준은 기쁘고 뿌듯했다. 새신발을 신어도, 오랜만에 신는 신발을 신어도 발에 생채기가 잘 나는데도 윤혜는 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윤혜가 승준에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은 밴드를 세 통쯤 썼을 무렵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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