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여유 May 18. 2024

기억에 남는 성공경험-이수와 찬규

이수는 게임을 아주 잘하는 편이다. 아주 어릴 적에 했던 테트리스부터 최근 유행했던 게임까지 모두 섭렵했다. 이수는 게임으로 힐링한다. 잘하니 가능한 일이다. 승리를 만끽하고 나면 도파민으로 시작한 호르몬 쇼핑이 세로토닌으로 가득 채워져 끝이 난다. 이수는 짧은 시간 안에 담판 지어지는 모바일게임이 좋다. 좀 더 긴 시간이 있다면 이수는 힐링스팟으로 간다.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오락실이다. 이수가 뜨는 곳에는 승리만이 가득하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인형 뽑기는 이수의 전공과목이다. 조이스틱을 움직이는 섬세한 손놀림과 결정 버튼을 누르는 간결함에 인형들은 정해진 수순처럼 이수 손으로 쏙쏙 들어온다. 얼마 전에 이수는 공강 시간에 찬규를 데리고 오락실에 갔다.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위해 신입생이 알아야 할 곳 TOP1이라며 데려가자 찬규는 당황했다. 오랜만에 기쁨을 만끽해 보려는 목적과 매력을 발산해 보려는 목적이었다. 어느 쪽이 더 큰지 짐작은 갔다. 오락실에서 매력을 발산하려는 목적이라니 대부분은 쉽게 눈치채지 못해서 이수가 부담 없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찬규 역시 그런 이수 속셈을 눈치채지 못했다. 여기저기 구경하며 이수가 간을 보고 있는데 찬규가 농구공 넣는 게임을 해보고 싶단다. 그 게임은 진행하는 사람도 붙어있는 돈 되는, 오락실에서 밀어주는 게임이다. 그만큼 승리확률은 적지만 경품은 사람들이 혹할 만한 것들이 잔뜩 걸려있다. 고등학교 시절 농구깨나 했던 찬규를 이수는 기억한다. 하얀 벽 사건 이후 찬규는 학교 여기저기서 이수 눈에 띄었다.

"그래 해봐, 너 농구 잘했잖아. 요즘도 농구해? 저 인형 해봐. 너 바로 성공할 것 같아."

타겟을 정하고 오락실 입구에서 구입한 티켓을 진행자에게 건넨다. 게임은 단순하게 농구공을 골대에 몇개나 넣느냐인데 방금 농구장에서 뛰쳐나온 것 같은 사람도 쉽게 성공하지는 못하는 것을 이수는 많이 봤다. 한두번 하면 경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쉬워 보일수록 사람들은 애먼 곳에 농구공을 던졌다. 잘 던졌다하면 튕겨나오고, 아쉬워서 한 번 더하면 아쉽지도 않게 던진다. 무효가 되어버린 기회는 다시 열정을 불태우고 그렇게 몇 번 뫼비우스 띠 위에서 놀고 나면 돈 십만 원은 우습게 깨지는 아주 무시무시한 게임이다. 이수는 속으로 당연히 못 할 거라 예상했다. 그래도 한껏 입꼬리를 올리고 눈꼬리는 내리려고 노력했다. 광대도 같이 올려보고 목소리는 더 세게 끌어올려 응원 했다. 농구공이 찬규 손에서 떠났다. 팅, 당연히 튕겨 나갈 줄 알았던 농구공이 도로 골대로 빨려 들어간다. 세상에나. 진행자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온 오락실에 시끄럽게 퍼진다. 벽에 붙어 있던 커다란 캐릭터 인형이 천천히 내려온다.  

"이수선배, 이거 가질래요?"

"아니, 난 괜찮아. 사양할게."

"그래요? 알겠어요. 그럼 인형은 제가 가질 테니까 대신 저랑 영화봐요."

분명 이수가 쓴 시나리오에 찬규가 출연한 거였는데, 찬규가 연출자였던가. 저예산독립영화를 예상하고 쓴 이수의 시나리오는 천만관객급 블록버스터였다. 잊지 못할 반전에, 단 한 번 상영으로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다.

이전 11화 의미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윤혜의 의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