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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rk Sep 20. 2024

야경? 쇼핑? 단언컨대 홍콩은 딤섬(點心)

Time for Dimsum? Yamcha? 얌차 좀 해 본 이야기

홍콩을 떠올리면 누군가에게는 야경이나 쇼핑이 먼저 떠오를 수 있지만 나에게 홍콩은 단연코 얌차(飲茶)와 딤섬(點心)의 도시다.


'얌차'는 광동어로 '차를 마신다'는 뜻으로, 홍콩과 광동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이다. '딤섬'은 이때 '차와 함께 곁들여 먹는 작은 간식'을 뜻하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주객이 전도되어 이제는 '딤섬 먹으러 가자'는 걸 '얌차 가자'고 하기도 한다. 

 

여전히 홍콩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침 일찍부터 정통 얌차 식당에 모여 딤섬 몇 개를 시켜놓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신문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열곤 한다. 이들에게 얌차의 주인공은 여전히 차(茶)이다. 딤섬은 그저 거들뿐... 


홍콩의 주말은 특히 얌차가 가족 모임의 중심이 된다. 집이 좁은 홍콩에서는 가족들이 모일 공간이 제한적이기에 얌차를 하며 가족 간의 유대를 다지는 전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100년이 넘은 정통 얌차식당 린헝라우(摟香蓮) Photo: Timeout

관광객들에게 익숙한 OO딤섬 또는 딤섬 OO 같은 이름을 달고 있는 딤섬 전문점 또는 체인점은 사실 얌차보다는 딤섬을 중심으로 하는 곳이다.

반면, '해선(海鮮) OO' 아니면 'OO주가(酒家)' 같은 간판을 단 광동음식점에서는 아침부터 점심까지만 딤섬을 제공하며, 진정한 얌차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얌차를 하러 갔으니 우선 차를 주문해 보자.

얌차를 즐기려면 우선 차를 주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런 식당에서 대부분 영어는 무용지물이니 당황하지 말자. 테이블을 안내받으면 서버가 와서 광동어로 질문을 던진다. 십중팔구는 “게이와이?”(몇 명이냐)라고 물으면, 손가락으로 인원수를 알려주자. 그러면 “얌메차?” 또는 “메차?”라고 물으며 차를 선택하라고 한다. 

이제는 손짓발짓으로 넘어가기 힘드니 가장 일반적인 차 종류 정도 알고 가면 도움이 된다.


1. 포레이(潽珥) 진한 맛의 숙성된 보이차

2. 홍핀(香片) 우리에게 익숙한 꽃향기 나는 재스민차

3. 티꾼얌(鐵觀音) 적당히 진한 향과 맛을 가진 철관음차 (우롱차 일종)

4. 싸우매이(壽眉), 수미차 | 가볍고 산뜻한 맛의 수미차 (백차 일종)


차를 주문할 때는 차 이름 뒤에 '음꼬이'를 붙여 "티꾼얌 음꼬이"라고 말해 주자. 

'음꼬이'는 감사합니다, 실례합니다, 부탁합니다 세 가지 뜻을 모두 가진 광동어의 마법 같은 단어다. 


아! 차는 필수로 시켜야 하는 거고, 계산할 때 인원수대로 차 값을 낸다. 영수증 들이밀며 안 시킨 거라고 싸우지 말도록 한다.


자, 이제 딤섬을 고를 차례다.

차를 주문한 후에는 딤섬을 고를 차례다. 

전통적인 얌차 식당에서는 딤섬을 실은 카트가 돌아다니는데, 이때 맛있어 보이는 딤섬은 직접 고르면 된다.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맛있는 건 남들이 다 먹으니 카트가 보이면 얼른 테이블에 있는 주문서를 들고 달려가 맛나 보이는 놈들을 고르자. 딤섬을 받고 주문서를 내밀면 카트를 모는 '딤섬 레이디'(진짜 이렇게 부른다)께서 얼마짜리 가져갔는지 도장을 빡 찍어준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식당에서 메뉴를 직접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장소를 차지하는 카트가 있는 식당은 거의 없고, 보통 테이블에 메뉴와 연필이 함께 놓여있어 직접 표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식당에 따라 메뉴가 친절한 사진과 함께 제공될 수도 있지만, 한자만 빼곡한 메뉴일 수도 있다. 

영어도 있고 사진도 있고 추천메뉴까지 표시된 비교적 친절한 주문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정통 주문서. 번역기 앱 써서 대충 찍자.


큰 식당인 경우 딤섬 메뉴만 80개가 넘는 곳들도 있으니 만약을 대비하여 인기 있는 딤섬 메뉴들을 미리 알아놓으면 편리하다. 이럴 때 유용한 앱으로 딤섬 종류와 영어 설명이 있는 Talk Dimsum을 다운로드하여두자. (아쉽게도 안드로이드는 안된다)


한국인 극호 딤섬 3종

1. 모두의 원픽 하가우(蝦餃)**: '이건 별로…’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호불호 없는 원픽! 얇다 못해 찢어지기 일보 직전인 만두피에 통통한 새우살을 감싸는 은은한 참기름 향!

2. 맛있는 고기만두 시우마이(燒賣) : 식당마다 좀 편차가 있는데 시우마이 맛있는 집이 진짜 맛집. 돼지고기와 새우, 버섯의 조화로운 맛과 탱글한 식감을 잘 살리는지가 포인트!

3. 부들부들 다양한 맛 창펀(腸粉)** : 얇은 쌀피에 새우나 광동식 바비큐 차슈 또는 소고기를 넣어 찐 후 돌돌 말아낸 딤섬.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


왜 한국인이 사랑하는 샤오롱바오(小籠包)가 없냐 할 사람 있을 텐데, "그건 상해 요리지 그게 무슨 딤섬이야"라고... 홍콩 딤섬 단골집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홍콩 로컬 추천 딤섬 6종

1. 풍자우(鳳爪) : 봉황고기 아니고 닭발을 간장에 조린 딤섬. 짭조름한 닭발 맛이 일품. 뼈 있으니 주의.

2. 산쪽나우욕카우(山竹牛肉球)** : 소고기에 아삭한 물밤을 넣은 고기고기 완자. 고수 들어가니 주의. 식감이 독특해서 우리 식구 Top 5!

3. 노마이까(糯米雞) : 닭고기와 찹쌀을 함께 연잎에 쪄낸 밥요리. 연잎향이 은은한 맛있는 찹쌀밥.

4. 로박꼬우(蘿蔔糕)**: a.k.a 무떡. 무를 갈아서 찹쌀가루, 관자, 햄 등을 넣어 쪄낸 떡(?). 기름에 부쳐 매콤한 소스에 찍어먹으면 의외의 별미. 이 역시 우리 식구 Top 5!

5. 시잡쨍파이괏(豉汁蒸排骨)**: 돼지 등갈비를 작게 잘라 졸여낸 달콤 짭짤한 갈비찜. 역시 뼈 있으니 주의.

6. 차슈바오(叉燒包) : 달콤한 광동식 돼지고기 바비큐 '차슈'가 들어간 찐빵. 고기 찐빵이지만 달달해서 한국사람에게는 호불호 있음.


달달구리 디저트 딤섬 4종

1. 단탓(蛋撻) : 에그타르트, 홍콩대표 명물 단탓을 딤섬집에서도 먹을 수 있다. 그래도 난 KFC 싸구려 단탓이 내 최애.

2. 나이웡바오(奶黃包) : 커스터드번, 찐빵 속에 노란 커스터드가 듬뿍 들어간 대표 디저트. 가끔은 보로바오(菠蘿包/파인애플번) 안에 커스터드가 들어간 걸 파는 곳도 있다.

3. 마라이꼬우(馬拉糕) : 흑설탕 스펀지케이크, 갈색의 폭신폭신한 스펀지케이크다. 아주 별미는 아니지만 은근히 손 계속 가는 무서운 아는 맛이다.

4. 진더이(煎䭔) : 깨도넛, 찹쌀 도넛에 깨가 잔뜩 묻어있고 속에는 달달한 연꽃씨, 콩 또는 팥 앙금이 들어있다.


** 어딜 가도 꼭 시켰던 우리 가족의 Top 5 딤섬은 표시해 두었으니 참고 바란다.




주문이 끝날 때쯤 되면 차가 나오고 이제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만 하면 된다. 

테이블에 놓인 큰 보울에 식기를 넣고 따뜻한 물이나 찻물로 그릇과 식기를 씻는 건 이제 많이들 아니까 넘어가자 (물론 안 씻어도 문제없다). 

인터넷에서 딤섬 먹는 법 그런 걸 찾아보면 찻잔이 비면 테이블을 두드리라는 등 불필요한 정보들이 대부분인데 진짜 중요하지만 실수하기 쉬운 몇 가지 정보를 알아두자.


1. 젓가락 구분 : 테이블에는 색이 다른 젓가락 2개가 있다 (같은 색인 경우도 있다). SARS 이후로 보급되었다는데 하나는 개인 젓가락, 하나는 요리를 더는 공용 젓가락으로 사용하면 된다. 

딤섬이야 하나씩 집어가면 되지만 요리를 시켰을 경우 공용 젓가락으로 음식을 가져간 후 그 젓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는 실수는 하지 말자. 이건 부대찌개를 국자로 푸다가 가져가서 먹는 꼴이다. 

2. 접시의 정체 : 자리에는 작은 보울과 그 밑에 접시가 놓인다. 한국인이라면 본능적으로 음식은 접시에 담고 보울을 국물을 위해 남겨놓지만, 모든 음식을 보울에 담아 먹는다. 

접시는 먹다 나오는 뼈 같은 음쓰를 놓는 용도다. 

그래서 접시는 깨끗이 안 씻는다는 괴담이 있으니 주의하자. 접시에는 음쓰! 

잊지 말자~ 보울엔 음식, 접시에 음쓰 그리고 두 개의 젓가락

3. 겁나 비싼 볶음밥 : 한국 사람은 밥심이고 홍콩까지 왔으니 볶음밥 = 차우판(炒飯)을 먹어보려고 주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얌차식당 볶음밥은 보통 상당히 비싸다. 왜냐하면... 양이 겁나 많기 때문이다. 

비싼 볶음밥은 2-3인분은 족히 되는 볶음밥 산이 나올 수 있으니 양을 잘 고려해서 주문하자. 물론 맛은 있다.

4. 창펀 맛이 왜 이래? : 창펀을 주문하면 간장 종지를 함께 내온다. 짤까 봐 깨작깨작 찍어 먹으며 "이거 맛이 뭐 이래?" 하지 말고 간장을 몽땅 부어 먹자. "짜지 않고 달달한" 간장이니 냅다 들이부어 먹어야 한다.


짜지 않으니 겁내지 말고 들이부어라


어떤 딤섬은 3개가 들어 있고 어떤 건 4개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건 정해진 게 아니고 식당 마음이다. 가장 많이 주문하는 '시우마이'와 '하가우'는 작은 딤섬이라 4개 있는 경우가 많다. 딤섬 수는 애매해서 여러 가지를 맛보려면 최소 3명은 같이 가는 걸 추천한다. 


혼자서는 아무리 딤섬이 먹고 싶어도 가지 않는 게 좋다. 무슨 수를 써서든 딤섬을 무찌르러 갈 파티원을 구해라. 파티원은 많으면 많은수록 골고루 다양한 딤섬을 즐길 수 있다. 큰 얌차 식당들은 보통 8-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원형테이블이 있으니 최대 인원은 그 정도로 하자.




홍콩에서는 매년 10말-11월경 Wine & Dine 페스티벌이 열린다. 홍콩 전역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이 참여하고, 당연히! 딤섬 레스토랑도 참여해서 다양한 딤섬을 먹을 수 있는 기회니 놓치지 말자. 일정이나 참여하는 식당 등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니 홍콩 관광청 웹사이트를 참고하도록 하자.

또한 다양한 여행 사이트나 Klook, GetYourGuide 등에서도 딤섬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팀호완 같은 미쉘린 스타 식당과 길거리 로컬 딤섬 등을 결합한 패키지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하고 맛있는 딤섬을 골고루 먹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준비는 첫째도 공복, 둘째도 공복, 셋째도 공복이라는 점 있지 말고 즐거운 얌차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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