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간여행자 Jun 24. 2024

미터법과 척관법

내 몸이 줄자야

지난 편에서 평 단위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러한 평 단위는 우리의 인체치수와 연관이 있다고 했었죠.


이렇게 미터 단위가 아닌 오랫동안 대대로 이어져 써왔던 단위들은 인체치수를 기반으로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키(신장)는 양팔을 벌린 수평의 길이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물론, 팔이 더 길거나 짧을 수 있지요~)


이 수평길이의 반을 야드 또는 마 단위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혹시 천을 파는 곳에서 '한 마당 얼마' 이렇게 표기한 것을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사장님, 이걸로 세 마주세요.' 하면, 사장님은 둥글게 말려진 천 묶음을 촥 펼쳐서 가슴에서 한쪽 손까지 대고 척척척 끊어 주시지요.


한 마는 약 90cm에 해당합니다.


동양권에서는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측정을 위한 도량형(度量衡) 단위를 척관법이라 합니다.

척관법이라는 단어에서 눈치채셨나요?

네, 척은 길이를 재는 단위, 관은 무게를 재는 단위이죠.


길이의 기본단위 - 자 또는 척(尺)

무게의 기본단위 - 관(貫)

면적의 단위 - 평(坪) 또는 보(步)

부피의 단위 - 되 또는 승(升)


여기서 ,

자 또는 척은 손을 펼쳐서 물건을 재는 데서 비롯한 길이로 30.303cm 정도입니다.

여러분 열손가락을 펴보세요.

왼쪽 새끼손가락부터 오른쪽 새끼손가락까지가 1 자에 해당합니다.


물론 서양에서도 미터법 이전에 측정을 위한 단위가 있었습니다.

스타디온(stadion)이라는 그리스에서 사용하던 척도*가 있습니다.

*척도(scale)란? 사물의 크기나 그 크기를 측정하는 도구나 자, 그리고 축척의 의미

이는 사막의 아침, 태양이 막 떠오르려고 지평선에 솟아올랐을 때 태양을 향하여 걷기 시작하여 태양이 지평선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까지 걸어간 거리의 평균치를 말합니다.

1 스타디온은 606ft 9in에 해당하는데 이를 다시 미터단위로 환산하면 약 185m가 됩니다.


스타디온 외에도 큐빗과 피트 단위를 서양에서 많이 쓰는데요.

큐빗(cubit)은 팔꿈치에서 가운데 손가락 끝에 이르는 길이 = 약 45cm

피트(feet)는 옛날 성인 남자 발 길이 = 30.48cm

척관법은 인체와 관련이 있어 쉽게 인지할 수 있으나, 측정할 때마다 또는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 달라질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공식적으로 미터단위를 사용합니다.

미터법은 길이는 m, 부피는 L, 무게는 kg을 기본 단위량으로 하는 십진법(十進法)의 도량형 단위법을 의미합니다.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거리를 1/10000000 = 1m

각 벽의 길이가 1/10m 인 정육면체의 부피 = 1L

4oC의 물 1 ℓ의 질량 = 1 kg


그럼 미터법은 언제 생겼을까요?

1790년경 프랑스에서 지구길이를 기준으로  제안

1875년 미터 조약 → 국제적으로 확산

우리나라는 1961년 '계량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미터법을 법정계량단위로 채택


미터단위는 인체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 설계에 사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10진법으로 환산이 용이하여 이론적인 계산에 편리하여 국제적인 길이의 단위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척관법과 미터법 둘 중에 무엇이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줄자나 저울 같은 측정도구가 없어도 우리의 신체를 이용해서 바로바로 근사치를 가늠할 수 있는 척관법이 필요할 때가 있고, 공식적으로 측정치를 표기해야 하기 때문에 미터법이 필요할 때가 있을 뿐이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