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미술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집이었음 한껏 꾸물대며 이불속에 몸을 말아 넣고 있을 테지만, 여행자는 그럴 겨를이 없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오르세미술관입니다.
예전에 광고에도 등장했던 곳입니다. '버려진 철도역, 미술관이 되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철도역이라기엔 너무 근사한데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르세미술관은 1900년 개최된 ‘파리 세계박람회(EXPO)’를 계기로 오를레앙 철도가 건설한 철도역이었습니다. 네, 맞아요. 1899년에도 파리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렸었죠. 에펠탑!
이후로 더 많은 역과 더 긴 열차가 필요해졌고, 그렇게 오르세역은 1939년 철도역 영업이 중단되었고 방치되었습니다. 철거와 보존의 논의 속에 1979년에 내부개조를 통해 1986년 12월 미술관으로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1848년에서 1914년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파리의 주요 박물관, 미술관들의 전시 작품 연대순으로 본다면, 루브르 박물관 - 오르세미술관 - 퐁피두 센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오르세 미술관이 관람하기 가장 적당했습니다.
특히 방문했던 날은 비가 와서 그런지 미술관 안은 고요하고 아늑하게 다가왔거든요.
사람들을 피해 2층 조각 전시를 먼저 구경합니다.
관광객이지만 관광지의 번잡함이 피곤할 때가 있잖아요. 딱 그럴 때였거든요.
눈도 귀도 오래간만에 편안해집니다.
로댕의 조수였다는 프랑수아 퐁퐁(Francois Pompon)의 백곰(Our blanc)이 가장 먼저 반겨줍니다.
로댕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주인공으로 잘 나서지 않는 아르누보 양식의 작품들도 구분된 전시관에 귀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른 오픈시간이라 그런지 오롯이 혼자 독차지하고 누려봅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전시관은 우리에게 친숙한 고흐, 마네, 르누아르, 모네 등의 작품이 전시된 5층입니다.
만약 박람회 이후 이곳이 철거되었다면 이렇게 멋진 공간을 잃을 뻔했겠죠.
비 내리는 오전의 미술관을 위해 비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