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샤장 Aug 11. 2021

흐름이 끊기지 않게

회사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맡게 되었다.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된 찌개집을 슈퍼바이징 하다가 식육가공으로 분류되는 정육브랜드를 맡으려니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공부해야 할 게 태산 같이 쌓이고 매일 경쟁사를 조사해야 한다.  숙성육과 유러피언 식료품을 지향하는 이 정육 브랜드의 경쟁업체는 아직 많지않다. 그러나 다들 시장의 파이를 선점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설로인>을 조사 하면서 재미있는 상품을 발견했다.


‘푸짐한 생차돌박이’를 상품으로 내놓은 것 이다. 본디 차돌박이는 품질이 다소 낮음 냉동육을 얇게 썰어내어 양으로 승부하는 메뉴이다. 그러나 최근 냉동육에서 생고기로 바꾸어 제조하며 몇몇 브랜드들이 경쟁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경쟁의 정점으로 <설로인>에서는 본래 푸짐히 먹던 차돌박이 구이의 장점과 생고기의 장점을 결합시켜 ‘푸짐한 생차돌박이’를 팔기 시작 한 것이다. 물론 원산지에서 단가를 조절 했을 것이다. 이 ‘푸짐한 생차돌박이’가 많아 봤자 얼마나 많겠냐만은 재치있는 슬로건으로 고정 단골객을 늘리고 있다.


‘생차돌박이도 흐름이 끊기지 않게!’

식사 중 흐름은 사실 매우 중요하다. ‘감질나게’라는 표현도 한참 즐기던 식사를 만족스럽게 미무리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이 쓰이지 않았던가. 이처럼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요식업의 디폴트라면 적정한 양을 조절하여 만족스러운흐름까지 이끌어 나가는 것은 일종의 변수이다.


기존에 내가 맡던 찌개 브랜드가 이를 참 잘 활용 했었다. 사람수대로 주문 하면 밥을 무한으로 리필하는 시스템을 운용하며 고기를 아끼면 우리는 망한다를 연신 외쳤던 것 이다. 그러나 쌀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무한 리필 시스템을 유지 하는것에 대해 일부 점주들은 불만을 가졌다. 실질적으로 리필해주는 횟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 하여 원가 계산을 해볼 것을권유 했지만 이 모든 대화즌 결국 돌고 돌아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더랬다. ‘사이드 없이 찌개만 달랑시켜 8번이나 리필해먹는 게 너무 꼴뵈기 싫어요.’


반면 부산의 모지점에서는 단골고객이 몇차례나 리필하는지 까지 파악하고 있어 해당 고객이 들어오면 쌀부터 씻어 주문을 받기도 전에 새밥을 지었다. 이 점주는 한참 신나게 먹다가 먹는 즐거움이 툭하고 끊어질까봐 그 고객을 배려 한 것이었다.


이렇게 상이한 두 지점을 태도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당장의 식자재 가격 보다 고객의 만족이 장기적 관점인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렇게 단순한 논리를 읽지 못하는 점주들의 눈은 누가 가렸단 말인가. 알고 보면 그들도 장사의 흐름이코로나에 탁하고 끊겨 돈버는 재미를 잃은 것은 아닐까. 살살 달래어 가며 장사를 지속하게 하는 것이 내 직무이자 내 숙명이지 하면서 오늘도 흐려진 점주들의 시야를 맑게 하려 애써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