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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잔 Oct 24. 2021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로 끝나는 몇 가지 이야기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성호의 편지

오늘 언니와 라나에게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로 끝나는 몇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요. 


첫 번째 이야기.    

오늘 수연이가 그랬어. 자긴 집밥이 좋아서 집 근처에 있는 카이스트를 가야겠다고. 

수연이는 카이스트 충분히 갈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해줬어.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수연이는 저에게 논술 수업을 듣는 11살짜리 어린이랍니다. 아주 똘망한 눈빛의 소유자인데 엄마 말씀 잘 듣는 게 착한 거라는 생각을 가진 친구랍니다. 그래서 제가 말해줬어요. 엄마 말을 듣지 말아야 할 때가 올 거라고! )     


두 번째 이야기.     

혜정 언니가 얼마 전 고3 딸 걱정으로 심란해하던 날이 있었죠?      

엄마의 일은 걱정하는 일 같아요. 내 걱정해주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이 꼭 필요하거든요? 내가 밥을 먹었는지 잠은 잘 자는지 잘 씻는지 친구는 잘 사귀는지 하는 일은 무리 없이 해내는지 위험한 일을 당하진 않았는지 등등     

다민이는 19살을, 고3 생활을 해보는 중이니까요. 지금을 지나지 않고는 알 수가 없겠죠. 

엄마도 아이의 19살을 같이 해보는 중이니까.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어서! 

     

세 번째 이야기      

서른일곱 해를 살아오면서 내가 배운 것은 몇 가지가 채 안 되는 기분이에요.     

소중한 걸 잃고 나면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것.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같은 시간에 잠드는 게 인간 생활의 바탕을 이룬다는 것.

내가 나를 이해하는 일만큼 어렵고 대단한 일이 없다는 것. 

가장 가까운 존재들에게 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조금씩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      

작년에 저는 또 삶이 힘겹고 버거워 도망쳐버렸어요.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어서!      

해보고도 또 알 수 없을 때도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힘을 주는 말을 해야 만이 

살아낼 수 있다는 것.     

(살아) 보지 않고는 알 수 없어서!     


네 번째 이야기.

마음속에 불을 지닌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녀는 어릴 때부터 남들 앞에서 얼굴이 쉽게 빨개졌어요. 소녀의 엄마는 소녀의 수줍음과 불을 알아채고는, 

너는 특별하단다 라는 주문을 단단히 걸어두었죠.

소녀는 자라 여인이 되었고, 머지않아 엄마가 됩니다.      

엄마가 된 소녀의 일과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타자를 두드립니다. 달립니다. 여름 카레를 만들고요. 

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능숙하게 운전해 어린이집으로 향합니다. 

소녀의 가족들은 소녀에게 전화해서 인터넷 서핑과 예약을 부탁합니다. 다정하게 서핑과 예약을 해치웁니다. 

도서관에서 책도 빌리고요. 

친구의 전화에도 그래그래 라고 말하며 마음을 넓혀 친구 사정을 받아줍니다.

주말엔 가족 혹은 친구 가족과 캠핑 갑니다. 

가족과 친구와 동료를 다 돌보고 난 소녀는

찡그린 미간 사이로 글을 씁니다.

왜냐하면 소녀의 마음엔 불씨가 남아 있으니까요.      

소녀의 마음속에는 불이 있어서 몸과 마음을 다 불태울 적마다 손에 아토피가 퍼져요. 

입안에는 올록볼록 입병이 도지고요. 

긴 한숨을 내어 쉴 뿐, 포기하지 않고 글을 씁니다. 그리고 일과도 해냅니다.      

그 불을 다 불살라 보지 않으면 (소녀가 어떤 그릇인지) 알 수 없어서!     


이야기로 쓰는 서평입니다. 이길보라 작가만큼이나 특별하고 도전적인 우리들에게 바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저와 함께 책 읽고 삶을 나누는 두 사람이 너무 좋아요. 

아픈 날에 전화 걸어 아프다고 투정 부릴 거고요, 

내 얘기 좀 들어달라고, 좀 멍청해도 이해해달라고 할 거예요. 

나는 실수와 잘못으로 쉽고 빠르게 달려가는 사람이라서 두 사람이 꼭 필요해요. 아니야 이리 와하고 지적질해 주고 일으켜주는 사람 말이에요.      

(책모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대전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야기를 쓰고 흐뭇한 오늘 성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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