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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Apr 17. 2020

늙음의 미학

축하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제는 잃을 것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하나둘씩 잃으면서 빼앗긴 이후의 시간을 새롭게 살아간다. 얻어야지만 새롭고 채워야지만 새로운 게 아니다.
원치 않는 걸 잃었기에 괴롭겠지만
잃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비우면
또 하나를 얻는다.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나면서 건강을 하나둘씩 잃고 지인들이 한둘씩 내 곁을 떠난다.
직장을 잃고, 기억을 조금씩 잃고. 타인의 관심도 잃고. 그렇게 혼자 고립되는 시간이 많아져 간다.
그래서 늙음은 비참한 것일까?
아니다. 사유하면서 늙어간다는 건.
잃으면서 깨달아 가는 것들과
우리가 생에서 진정 지켜왔던 것들의 실체와 의미들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서 일구어놓은 모든 것들,
지키고 싶은 것들이 무얼까!
권력과 부, 인간관계, 사랑하는 사람들.
 돈만 있으면 이 모든 걸 다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고 노후대비를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사람들도 있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돈이 있으면 왕성하게 무언가를 배우고 꿈을 실현하는 사람들도 종종 본다. 이런 부유함과 열정,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항상 게으르게 두지 않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종종 추하게 돈에 의지해서 목숨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로지 자신의 생명 연장만을 위해 전전긍긍하면서 자기 몸을   지키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늙었어도 돌봐야 할 자식 손자, 손녀나 어떤 대상이 있으면   돈과 상관없이 , 늙음을 의식 할 시간도 없이 시간이 간다. 생의 의지는 때로 자기 자신을  잃었을 때, 초인 같은 힘을 얻는다. 지킨다는 건 어쩌면 자신을  잃는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생의 마지막까지 우리가 지켜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그때  우리가 잃고 있는 것들의 의미가 새롭게 와 닿고.
늙음은  잃어야지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섭리라는 것에 접근한다.
늙어서도 욕심에  집착하면 절대 알 수 없는 잃음의 깨달음!
나 자신이라는 아름다움에 도달하기 위해 늘 깨어있는 정신은
육체의 소멸과  고통에 의해  더 선명해져 간다.
하나둘씩 잃으면서 마음을 비우고 어쩌면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여겨졌을 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힘을 얻고서  죽음을 향해 가볍게 갈 수 있는 건지 모른다.
또 한 살을 먹었다.

생일 축하해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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