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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Jul 06. 2020

한 가장의  불안장애

두려움


그는 늘 미소를 잃지 않았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언제나 성의 있게 들어주었다.
자기 일에 성실하고 책임감이 넘쳤다.
가족에게 자상한 가장이었다.
대화를 하면 언제나 긍정적이었고
상대를 공감해 주었다.
얼마 전 알게 되었다.
그가 불안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그를 보면  언뜯 언뜯 예전의 내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싫다고 해도 되는 데.....
 화내도 되는 데.......
 욕해도 되는 데........
도망가도 되는데....
그는 낙타 같았다.
 모래바람 사이를 묵묵히 사막의 모래 바람을 맞으며
짐을 싣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책임감 때문에 등에 짐을 지고 간다.
타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먼저 짐을 진다.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짐을 내려 놓지도 못한다.
낙타는  죽을 운명을 받아들이며 짐을 지고  사막을 걸어가지만
에게 진 짐은
책임감의 열매를 달게 먹을 걸 기대하고.
타인들로부터 사랑받기를 기대하고
자신의 존재감이 빛나기를 기대하고.
얄심히 일한 대가를 받기를 기대하며
마음은 언제나 보상과 열매를 맛보아야 한다.


낙타는 죽음에 순응하는 생명체이고
인간은 죽음에 저항하는 생명체이다.
기대가 어긋나고  현실이 불안해지고 존재가 부정당하면
마음이 무너지고 죽음의 공포가 밀려온다.
인간의 모든 고통의 근원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 간다.
무엇에 대한 기대와 보상에 의지해  산다는 것은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삶이다.
혼자 진 짐을 내려놓기 힘들면
타인을 위해진 짐들의 부피를 줄이고
날 위한 짐들로 채우자.
무엇이 날 위한 짐인지 바라보자.
그 짐의 부피를 줄이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불안하고.
가족에 대한 염려 때문에 불안하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사실은 자신 때문에 불안했다는 걸 알게 된다.
사막 한가운데 자신을 놓고 보자.
내가 짊어진 짐들의 무게는 단지 나를 위한 것이다.
죽음 앞에 자신을 데려다 놓고 그  짐들 속의 불안을 바라보자. 죽음 앞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불안하다는 건 생명의  불꽃놀이다.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불꽃도 빛을 잃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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