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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Jul 19. 2020

공황장애  택시비만 80만 원

공황장애


교통비로  한 달 택시비 80만 원을 쓰는  그녀!
그녀와 함께 늘 카풀을 하는
그녀의 친구가 있다. 바로 공황장애이다!  
이 녀석때문애  그녀는  10년째 매일매일을  롤러코스트를 타는 기분으로 살아간다.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지하철이,  터널이, 영화관이,
버스가 ,  사람 많은 공간들이,
그녀에게는 도전이고 목숨을 건 모험이다.

그녀와 처음 승용차에 동승하던 날.
그녀는  공황장애 헌장을 쭉 나열했다.
터널 있는 곳을 지나면 못 탑니다.
고속도로를 통과하면 못 탑니다.
한강대교 같은 다리를 통과해도 못 탑니다.

그놈이 언제 그녀의 친구가 되었는지
그녀는 기억하지 못한다.
싱그러운 청춘을 만끽하던 20대 때 한약을 먹고
그녀가 뚱뚱해지기 시작한 날부터 인가.
쌍둥이 동생을 보며 자신의
뚱뚱해져 못나 버린 얼굴을
볼 때마다 자신이 미워져서였던가.
사람들은 지금 너무나 변해버린 자신과 동생이 일란성쌍둥이라는 걸
절대 안 믿는다며 소탈하게 웃는다!


그녀는 늘 스스로는 못난 사람이라 말하고 다닌다. 자신은
평생 이렇게  살 테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어떻게 바꿀 수가 있겠어요."

나는 그녀  잘 모른다.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는  세상에 둘도 없이  다정다감한 고운 마음씨를 가졌다.
누구한테 폐 끼치기 싫어하고 상대의 마음을 살피느라 늘   눈치를 본디ㅡ.
누군가에게 늘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언제나 노력하지만 그런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면 폭발해 버리기도  한다.

제가 좀 근수가 많이 나가서요.
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지만 눈빛은 불안하고 상대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 하고, 상대의 반응에 예민하다.

가면 속 그녀는 매일 울지도 모른다.. "나 괜찮지 않아. 오늘도 하루를  마쳤지만.
내일은 또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는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해. 공황장애라는 친구와 함께....
매일 집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 좀 더 노력해야 돼!"라고 되뇐다.

그녀에게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라는 책을 선물했는데.
그녀는 고마워하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제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 이런 책을 잘 안 읽어요.  믿음 안에서만 살고 싶거든요. 하지만 읽어보도록 노력할게요."  그녀는 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고통을 공감한다.
나도 그녀처럼 같은 친구를 가지고 있으니까.

 5년 전 사고 후에 만난 그 친구랑  늘 동행하며 살고 있으니까.

그 친구는 나에게  많은 걸  가르쳤다,.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법부터부터 시작해서,
내가 믿음처럼 받들고 있던 관념부터 깨부수라고 설득했다.
 아직 비행기를 잘 못 타고 폐쇄공포증이 있기는 해도, 언제부턴가 나는 이 친구의 보호자가 되었다. 두렵다고 늘 나에개 신호 보낼 때
안아주고 토닥여 줄 단 한 사람 바로 나 자신이다.
그리고 그녀와 대화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때로는 고마울 때도 있다. 친구로 찾아오지 않았으면 절대 알지 못하고 살았을
나이면서도 느 끼지 못했던 "나"라는 존재를 만나게 해 주었으니까!
나는 이제 노력 같은 걸 하는 삶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느끼면서 산다.

인생은 노력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즐기면서 사는 것이다.
존재의 기쁨으로 사는 것이다.
 스스로가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 가슴으로 느끼며 사는 것이다.


그녀가 언제쯤 보석 같은
자신과 조우할 수 있을까?
누구도 그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는 없다.
그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야만 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언제고 마음의 추위를 견디어야 한다.
춥다고 외쳐도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따사로운 햇살을 받을 수 없다.

한줄기 빛이   뜨겁다고  
두려움에 타들어 갈 것 같다고
태양에게서 벗어 날 수 있는가!
결국 태양 안에 존재해야만 한다.

마음이 자신을 거부하면 마음 안에  자신이 갇히게 된다.
못남을 안정하고 불안정함과 두려움도  받아들이고  수용해야지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공황장애는 모두가 가지고 있는 친구다.
단지 모르고 지내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처음엔 날 집어삼킬 듯 길들여지지 않는 친구지만
점점 나와 함께 길들여지면  깨달음의 동반자처럼 함께 갈 수 있다.
친구이며 나의 스승이 된다.


공황장애는 병이 아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좀 쉬어가자는 브레이크같은

마음의 안전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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