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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Sep 17. 2020

너무나 단순한데

지금 여기


동네 공원길을 따라 갇는 산책길과
큰 산 하나를  끼고 도는 뒷산 산책길의 차이는
바로 평지와 산의 차이 즉 오르막과 내리막이 차이이다.
공원 산책길은 몸이 안 좋은 날도 그럭저럭 가뿐하게 을 수 있지만.
산길은 매일매일 가는 곳이라도 해도 그날의 컨디션이 안 좋으면
힘든 티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오르막에서 지칠 때에는 속도를 조절 해야 한다.
오르막이 내리막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산행은 마음의 속도만큼 몸의 속도도 조절해서 걸어야 한다. 욕심내지 않고 그렇게 천천히 가다 보면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어 있다.
 잠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요즘 몸은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탄다.
오르막 내리막을 걸으면서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오르막에서 발이 덜덜 떨리고 심장박동은 빨라진다.
지난 몇 년간 지겹도록 경험했던 일인데도, 마음은 처음겪는 일 인것처럼 비련의 여인모드로  호들갑을 떨고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마음이 하는 일이라고는
역시나 습관의  패턴대로 무의식이 하는 대로

멍청하게 넋놓고서 따라가는 일뿐이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과거의 좋았던 시간을 소환해서 우울에
빠지게 하고 미래의 생각들을 지어내서 걱정거리를 계속해서 지겹도록 만들어낸다.
6개월은 돼야지 완전히 정상적인 수면 패턴을 찾았던 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기다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몸은 욕심으로 안달이 난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난리를 친다.

힘들 때는 한숨도 못 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 안에서 널부러져 있다. 낮잠도 안 오고 그냥 최악의 컨디션으로 하루를 숨만 쉬고 보낸다. 최악의 시간은 늘  기억으로 각인되고 밤이 오면  또 암울한  미래에 머문다. 또 못 자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을 가져온다. 그리고 꼬리를 무는 생각들. 이렇게 계속 못 자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몸은 점점 안 좋아지고 아마도 난 죽게되갰지....라는 결론까지 가는 데는 빛으속도와 같다.
 지금현재에  머물지 못할 때는 언제나 마음이 이 패턴을 따라간다.
하지만
마음은 안전장치가  있어서 이런 부정적 생각이 와도 두려워할 것은 없다.
이 1차 패턴은  그냥 생각을 관찰하는 내가 알아차리면  아무 문제없이  지나갈 수가 있다.
2차 패턴은 관찰자가 늦게 알아채서 부정적 생각애 잡아먹히면 뇌가 반응하고 심장이 반응하고  몸이 경직되고 떨린다. 이때  늦더라도 얻른 관찰자가 나타나서 얻른 받아들이고 기다리면 된다. 나를 관찰하는 관찰자는 마치 119처럼 나타난다.
119가 좀 늦게 나타나면 이제 몸은 그 증상을 견디어야 한다.
불면의 밤을 보내던가 최악의 낮시간을  보내던가 약을 먹고 안정시키던가.
약 없이 시간을 버티면서  마음이 절실하게  소리쳤다.
"신이시여 이 고통 스런  시간을 끝내게 해 주세요."
그때 신이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툭 한마디 던진다.
"나는 너에게 고통을 준 적이 없다.
고통은 네가 선택했다.  넌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다.
당장 과거와 미래를 끊어내고  지금 여기에 머물러 행복을 선택하라."


신기하게도  신의 이야기는 금방 효과가 있다.
내가 행복하기를 맘먹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자 고통은 절반으로 준다.


생각은 멈추고 다시 존재 속으로 들어간다.
고통은 나에게 아무런 두려움을 주지 못한다.
고통의 시간이  오는걸 두려워하지 말자.
그 고통 안에 있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물지 못하는
순간을 두려워 하자.


나에게 최선은 지금을 받아들이고

 현재를 살면서

기다리는것이다.


고통은 마음의 오르막길이다.
지금 당장 행복을 선택하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며 천천히  한발 한발 숨을 고르며 오르다 보면
곧 내리막이 나오고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녹음의
푸르름이 눈부시고, 꽃들이  만발한.
평지를 걷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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