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너지드링크 Jul 02. 2021

병원에서도 죽음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편한 곳으로 가셨길

아침 출근 후 부고를 들었다.


우리 병원 약국의 지금 내 업무 자리에서 제일 많이 보는 사람은 환자나 간호사도 아닌 간호조무사 선생님들.

약을 타서 병동 간호 스테이션으로 가기 때문에 수시로 지하에 내려와서 약을 타간다.

당연히 근무 중  제일 많이 보는 분들이다.


그분들 중 한 분이 갑작스럽게 암으로 어젯밤에 돌아가셨단다.

사실 이야기만 들을 땐 누군지 몰랐다.

건강 보험 공단에서 하는 검진에도 병이 있다는 것이  안 나왔고, 갑작스럽게 암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꽤 말기까지 진행된 상태였다는 것은 조무사 선생님들끼리 이야기하는 걸 듣고 알았다.


누구일까 궁금함에 직원검색을 통해 사진을 보니 나도 얼굴을 꽤 자주 봤던 분이었다.


조무사  선생님들도 가끔 병동에 계시다가 외래 진료과로 순환근무를 가기에 안 보이는 분들은 당연히 근무 부서를 옮겼겠거니 했다.

그분도 얼굴은 알지만 최근 안 보이는 분 중 한 분이라 외래 진료과로 가셨다고 생각했다.  나이는 기껏해야 이제 50대 초반쯤이었던 것으로 기억지만 꽤 건강해 보이셨던 분이어서 더 충격이 컸다.

밤새 안녕하셨냐는 말이 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데도 자기 몸 아픈 건 모르고 허망하게 가시는 분들이 있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셨던 분들은 얼마나 더 마음이 아프실지.


병원에서 근무해도 죽음 앞에서는 익숙해짐이란  없다. 살고  죽는 것은 나이순도 아니고, 예고란 것도 없다.


오늘 더 결심하게 된다.

하루하루 충실히 살기로.

미래를 위해 준비도 필요하지만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내 앞에  주어진 삶의 순간순간을 즐겨야 함을 다시 느낀다.

내 주위에 당연한 사람들이란 없다. 그냥 최선을 다하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지금 해주는 것이 그들과 나를 위해 후회 없는 선택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림: 글 그램

작가의 이전글 나의 안티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