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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Oct 13. 2020

참 한결같으시네요.

사람은 정녕 안 변하는가?

육아 휴직 중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 동료의 첫마디는 이랬다.


"자기가 부서장인 줄 알아."


나는 경험해 보지 않은 그녀가 어떤 분위기 인지 알 수 없었다.

복직 후 마주친 그녀는 근면, 성실함의 대명사였다. 늘 30분은 빨리 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윗사람이라면 누구든 좋아할 만큼 일도 빨리 잘하고 동작도 빨랐다.

그런데 문제는  그 모든 것을 자신만 잘하면 좋은데 남들도 자기와 같기를 바랐다.

그리고 남들이 가만히 앉아  있는 꼴을 참기 힘들어했다.

마치 직장에 왔으면 1초도 놀지 말고,

"소 같이 일해라!"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우리가 일을 조금만 늦게 처리해도  빨리 서두르라고 채근다.

금 있다 하려고 둔 일도 냉큼 집어서 흔들면 순식간에 우리는 노는 사람이 돼버렸다.

조금 천천히 하는 사람을 기다릴 줄 몰랐다. 일을 하다 보면 어디나  조금 느린 사람이 존재한다. 하지만 보통 속도의 우리도 그녀의 높은 기준을 맞추기에너무 느 사람들이었다.


자연스럽게 주로 이런 것들은 잔소리의 형태로 드러났다. 왜냐하면 곧 할 것인데도 조금만 일을 두면 바로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잔소리는 일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적용되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이면지를 버리다가 이면지는 이면지 모으는 곳에 버려야 한다고 한 소리를 들었다.

또 뭔가 한번 찍히면 그 잔소리는 더 심해져서  누구든 정말 저 사람 싫어하는구나 느낄 정도로 퍼부어댔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가 지쳐갈 때쯤  그분이 다른 업무로 옮겨 갔다.

드디어 그녀가 혼자 하는 일을 하게 되자  부서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 달 다시 여러 명이 일하는 으로  그분이 나게 되었다.

그곳으로 간지 일주일 만에  자기 스타일대로 촘촘하게  매 30분 단위로 '할 일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결국 할 말은 하는 P와 어제 논쟁이 있었단다. 자기 외에 모두 논다고 생각하면 혼자 하는 일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왠지 이번에 몇 명이 관둘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사람 참 안 변한다.

최근 읽은 '살고 싶다는 농담'의 허지웅 씨는 아프고 난 후 밝고 따뜻하게 변한 것 같더라.


혼자서 살아남기 위한 몸을 만드는 일을 포기한 건 아니다. 그건 버티기 위해서다.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혼자서 살아 남기 위한 몸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버틴다는 것이 혼자서 영영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은 조금도 당연하지 않다. 우리 모두는 동지가 필요하다.
-살고 싶다는 농담 108p-


우리 옆의 동료는 결코 당연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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