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너지드링크 Oct 16. 2020

라테는 말이야, 드림팀이었어!

몇 명이 있느냐가 아니라 마음이다.

쩌리로 사는 내가 딱 한번 중책을 맡은 적이 있었다.

육아 휴직이 끝나 일 년 넘게 쉬다가 나와서 업무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그 시기. 딱 하루 인계를 받고 정글 속에 던져진 새끼 사자같 O  파트의 '책임자'라는 자리에 앉았다.


거기에는 내가 육아 휴직 중 들어온 전혀 모르는 사람 넷과 아는 얼굴 두 명이 있었다.  일은 일대로 적응해야 하고  새로 들어온 사람도 가르쳐야 하고, 생전 처음 하는 책임이라는 업무도 힘들었다.

그래도 한 달 만에  대강 적응이 돼서 이제는 루틴대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파도처럼 온다고 했던가?

한 명이  다른 일을 한다고 퇴사한 지 며칠이 안 되었을 때였다.

잘 쓰던 기계 한대가 고장이 났고, 이 일을 계기로 새로 들어온  세명이 회사의 일 처리 방식과 다른 부서와의 갈등 등을 핑계 삼아 줄줄이 퇴사했다.

나는 매일매일  그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느라 지쳤고 딱 하루만 쉰다고 휴가를 냈다.

휴가 다음날 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정말 믿었고 의지가 되었던 R도 퇴사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한 명 외에  보내준 것은 새로 들어온 신입, 그리고 다음 한 달 후 들어온 신입뿐.

다른 파트도 여유가 없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인원은 딱 그것뿐이었다.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여섯 명이  하던 일을 오전에 네 명, 오후에 세명이 할 수밖에 없었다.

일의 양은 동일하고 심지어 둘은 신입이라 하나하나 가르치며 업무를 해나갔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신입들이 배움에 모두 적극적이고 스마트해서 한번 말하면 모든 것을 다 알아 들었다 것이다.

가끔 이 인원도 결원이  생길 경우에는  전날 밤 잠을 설쳤다. 내일은 무사히 일을 다 끝낼 수 있을까? 내일 사고는 없을까? 


이 시기, 큰 아이는 둘째가 태어난 것 때문인지 퇴행 행동을 보이며 이불에 하루가 멀다 하고 소변을 봤다.

집에 가면 빨래와 육아, 회사에 오면 인원 부족. 지금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닌 나날들이었다.


이때 내가 회사에서 실천한 것은 힘들다는 직원들에게 자주 밥을 샀고(물론 내 사비로) 어떤 점이 불편한지 그들의 말을 내내 잘 들어줬다.

그렇게 일 년을 버텼다. 힘들 때 누구도 빼지 않고 내일처럼 일했다. 그들 덕분에 힘들어도 단 한 번의 사고 없이 무사히 업무가 잘 돌아갔다.

딱 일 년 후 마치 버림받은 것처럼 모두 자리를 옮겼고 우리 사이에는 끈끈한 전우애가 생겼다.


엊그제  그때 그 동지들 중 과 점심을 함께 했다. 그중 한 명은  다시 O 파트에 갔는데 사람이 배로 늘었지만 일이 돌아가는 게  엉망이란다.

서로 눈치를 보고 누가 일을 더하느니, 덜하느니  의견만 분분해서 일의 진척이 리다고.


그때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쳤다.


"라테는 말이야, 드림팀이었어!"


마음이 맞지 않는 열명과 일하느니, 마음 맞는 세명만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일이다. 물론 죽을 만큼 힘들지만 못할 것도 아니라는 것.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지금 인원이 적다고 불평하지 말고 마음을 모아라.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 드림팀이다.










이전 14화 참 한결같으시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