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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Sep 30. 2020

직장인 분노 백서: 복수할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복수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가끔 정말 화를 돋우는 직장 동료 혹은 상사를 만난다.


막말을 서슴지 않던 부서장은 나에게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주 막말을 퍼부었다. 

인신공격이라 할만한 나이를 들먹인다 던가, 별것 아닌걸로도 사람들에게 자주 딴지를 걸었다.

물론 외부 업체 직원들에게도 과도한 것을 요구한다던가, 밀어붙이기 식의 압박을 주었다.

나도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했고 다른 직원들도  여럿 퇴사를 했다.


그런가 하면 중간 관리자 Y는 말이 너무 짧아서 나 스스로 뒷부분을 추측해야 했다.

"이거~"

하고 일을 주면 뒷말을 추측해서 일을 해야 하는 식.

 뒤 쪽 동사를 물어보면 사람을 째려보는데 눈빛이 너무 매서웠다.

가끔은 내가 한 일을 어떤 식으로 했는지 다시 물어볼 때가 있었는데 어김없이,  

"어떻게?"라고만 물어보고 끝을 맺었다.

내 입은 설명을 하려다가도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 메두사라도 본 것처럼  얼어붙었다.

그러니 나도 모르게 횡설 수설을 했고 순간 나는 스스로 바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늘 받았다.

이런 말투는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하는 것이었다.

입사가 늦어 나이가 많은 나에게도 어김없이  "여기~" 이런 식인데 나는 그나마 사회생활을 좀 해봐서 추측이라도 했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온 소녀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들 대부분은 파견 계약직(소속은 다른 회사인데 파견돼서 우리 쪽으로 나온 직원들)인데 온 지 하루 만에 나간 수가 손가락으로 다 세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다음날 다른 파견 계약 직원이 또 들어왔다. 그나마 정신력이 강한 직원들만 남아서 계약 기간 2년을 채우고 나가는 식이었다. 



이런 경우를 당했다고 생각해 봐라. 가슴속에 화가 치밀어 오르고, 천불이 난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갚아줄 수 없다. 나는 슈퍼 을이라 갑을 이기거나 누를 방법도 없다.

마음속에 화는 나의 마음만 피폐하게 만든다. 

가끔은 복수를 해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내가 너네한테 당한 만큼 갚아 줄 거야'. 

 생각은 한가득, 하지만 실천할 수 없었던 내 생각의 파편들이 가득 모였다.

하지만 그러건 저러건 그들은 매우 잘 살아갔다.

나는 퇴사를 했고, 그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분노의 방에만 담아 두었다.

대표적으로 남들의 원망을 많이 듣던 사람들이지만 잘 살고 있겠지 정도랄까.


2년 전쯤 아직도 그곳에 다니는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부고. A 부서장'

나는 눈을 의심했다. 맨날 건강하다고 자기 건강 자랑 일색에 운동 안 하는 다른 직원들에게 험한 말을 하던 그가 아니던가.

사인은 암이었고, 장례식장은 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왔다고 했다.

나는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내 마음은 아직 죽음이라는 것 때문에 용서를 할 정도는 아니었나 보다.

그런가 하면 말 짧은 Y는 나보다 먼저 결혼해서 결혼 10년 차가 넘어가는데 아직 아이가 없단다.

아이를 키우며 '나'라는 존재가 갈려버리는 경험을 안 했으니 아마 아직도 똑같을 것이다.


 요즘은 그냥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서장의 부고와 Y의 근황을 들은 엄마의 첫마디가 이랬다.

"누군가에게 원망을 듣는 일은 절대 좋은 게 아니다."라고 

"좋은 말을 듣도록 노력해라. 지금이 아니라도 후대라도 복을 받는다."라고.


내 주위에 나 빼고 그들은 잘 사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지금 당장은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만 기억하자.

우주나 자연에는 법칙이 존재한다.

황금률은  "내가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는 것이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잘 대접해라.

내가 사랑받고 싶은가? 내가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전해라.

원망을 듣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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