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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Oct 07. 2020

직장에서 쓰는 가면

마스크도 힘든데 가면이라니요.

어디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들락날락한다.

그런데 직장에서 만났을 때와 달리, 밖에서 보면 전혀 딴 사람인 경우가 많아 놀랄 때가 있었다.

이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는 건가?


B는 수더분한 차림새와 느릿한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경력이 꽤 되지만 육아 때문에 파트타임직으로 들어와 일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일을 할 때 세상 순진한 얼굴로 "제가 잘 몰라서요."이런 식으로  겸손하게 말했다. 그런데 말은 겸손하게 하면서도 막상 일을 할 때는 가르쳐 준대로 안 하고 실수가 많은 편이었다.

같이 일하는 우리는 그분은 조금 느리니 시간이 걸리는구나 이해해주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깥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 사람들과 지나가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똑바로 안 할 거야? 내가 하나하나 다 가르쳐 줬잖아."


속사포처럼 떠드는 그녀는 바로 B 였다.

이렇게 말 잘하는 사람일 줄이야. 평소에 주눅 든 것 같은 목소리가 아니다.

통화하는  상대방이 누군지는 몰라도 쥐 잡듯이 잡아서 깜짝 놀랐다. 다른 사람들도 가끔 그녀가 전화받는 모습을 몇 번 봤는데, 저렇게 성격도 있고 엄청 논리적으로 말하는 걸 봤다고 하더라.

그날부터 왠지 B가 다르게 보였다.


'일 안 하려고 일부러 느긋하게 행동하는 거 아니죠?' 묻고 싶을 정도였다.


그녀는 정말 딱 병원에서 일한 경력이 필요해서 들어왔던 사람처럼 몇 개월 일하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런가 하면 S는 삶이 너무나 충만하고 긍정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도 가끔 불만을 터트릴 만 한데 모든 것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남편도 너무 좋고 자신에게 잘해준다는 말을 수시로 꺼내서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나는 뭔가 상대적인 박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가끔 남편이랑 투닥거리고 싸우기도 하는 내가 인간적이지'라고 자조하면서 '벽한 가정이란 게 있긴 하구나 '이런 생각.

그러다가 한참 뒤에 그곳을 다니다 퇴사한 다친구에게 물었다.

"거기 S는 아직도 잘 살죠? 그 집 완벽한 가정이 자나. 남편복이 엄청 많나 봐"


그러자 내 친구는 내가 처음 들어본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는 보통 주말에도 당직 근무가 있는데 S가 당직 근무 때문에 직장에 나와서는 신랑 짜장면을 시켜주더라고.  

알고 보니 그 신랑은 혼자 아무것도 못해서 짜장면집 주문도 바깥에 나와 있는 S가 집에 있는 남편 것을 시켜줘야 먹는다는 것이다.

헐. 정말 좋은 남편은 맞는 건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완벽해 보이는 가정인 걸 강조했을까?

직장에서 가면을 쓸 수 있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자신을 숨기는 게 힘들 텐데 왜 그렇게까지 힘들게 는 걸까?

우리 모두는 결점이 가득하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불완전한 존재 자체라도 나는 그냥 '나'일 뿐.


내가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 결점을 드러낸다고 사람을 욕하기보다는,  나라도 더 도와주려고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직장에서  가면은 살짝만 써도 됩니다. 계속 쓰다가는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질식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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