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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Oct 04. 2020

나는 뽀로로 빵이 싫어요!

빵으로 알아보는 직장인 서열 문화.

보통 직장의 신입 사원은 입사 순서가 연차 순서다.

입사를 먼저 한 사람이 선배, 그리고 뒤이어 들어오는 사람이 후배.

그렇게 입사 연차와 순서가 정해진다. 물론 이때 경력직은 제외다. 경력직이 들어왔는데 우리 회사의 기존 직원과 신입 경력직원의 연차가 비슷하면 묘한 기류가 흐른다.  이때는 강한 자의 승리인 듯.

일이든 분위기든 조금 더 파워풀한 사람의 승리라고나 할까.


예전 직장에 특이한 간식 문화가 있었다. 오후 3시에 정확하게 간식이 배달되었는데 평일 2회, 화요일 금요일 이렇게 하루는 브랜드 빵, 하루는 떡이 배달되는 식이었다.

이 간식을 가져갈 때도 연차 순이라서 제일 연차가 높은 사람이 제일 먼저 고를 수 있고, 가장 낮은 연차의 사람은 제일 마지막에 간식을 가져갔다. 그러다 보니 늘 막내는 남는 것을 가져가는 것이지 결코 고를 입장이 아니었다.


나도 신입 시절에 간식을 고르라고  해서 가보면 정말 남은 빵이 별로 없었다. 그중에도 어김없이 남아있는 건 뽀로로 빵.

뽀로로 그림의 포장지를 벗기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뽀로로가 빵 정면에 새겨진 카스텔라 빵이었다.

처음 든 생각은 " 혹시 이런 캐릭터 빵만 간식으로 보내는 건가?"였다. 왜냐하면 늘 남은 빵은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 후 알게 된 진실은.... 윗사람들의 책상에 놓인 것은 밤식빵, 크로와상 등등 진짜 내가 생각하는 그런 빵들이었다.

'나도 그런 빵 먹을 줄 알아요!!!'

속으로 조용히 외쳤다. 나는 연차 순에 밀려 뽀로로 빵 밖에 집을 수 없었던 것.


이런 서열 문화는 휴가도 마찬가지였다.

여름휴가 달력이 돌 때도 연차 순으로 달력이 내려와 입사 첫 해 휴가는 9월 초에 강원도 양양으로 다녀왔다.  말이 여름 휴가지 제법 쌀쌀하고 해수욕장은 모두 문을 닫아서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  두고 보자, 나도 연차 올려서 좋은 빵 먹고 여름에 여름휴가 갈 거야.'

다소 유치하지만 나름 진지하게 다짐했다. 일이든 여행이든 결국은 다 먹고살자고 하는 게 아니던가?

굳게 다짐했건만 다른 글에서  밝혔듯이 그 회사는 퇴사를 했다.


그러나 직장을 옮기고도 한동안 오후 3시만 되면 배가 고파서 마치 내가 파블로프의 개처럼 느껴졌다.

오후 3시와 뽀로로 빵의 기억이여~!!!!

이제 이직한 직장은 서열이 존재하지 않았다. 입사하고 일주일 있다가 작은 아이 돌잔치라고 휴가를 쓰는 사람도 있고,  휴가 달력으로 달려가 먼저 적는 순서대로 휴가를 쓰기도 했다.

어느 정도 연차가 되니  연차로 대접받지 않는 곳에 오게 된 것이다. 이런 문화의 바탕에는 연차 높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퇴사해서 권리를 주장할 사람이 없었던 탓이 컸다.

너무 당연하지만 남아 있지 않는 자에게 권리는 없다.

최근에 드디어 이곳에도 연차대로 휴가 우선권이 생겼다. 관두지 않고 버틴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각각 회사의 장단점은 분명 있다. 신입 일 때 지금의 회사에 다녔더라면 연차 관계없이 좀 더 여유롭게 다녔을 것 같고, 연차가 올라갔을 때는 칼같이 선배를 챙기는 이전 회사가 훨씬 편했으리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인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인가.

직장인의 딜레마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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