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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드링크 Sep 28. 2020

일하는  동료를 고를 수 있는 K 씨의 취향

마법의 구두야 날 좋은 곳에 데려가 줘

오늘도 꼭 필요한 물건이 떨어졌다.

20-30개씩 시켜도 되는 걸 꼭 10개씩 시키고 그러다 보면 어김없이 주말이 가까워 올 때

물건이 반드시 떨어진다.

심한 날은 그날 바로 물건을 시켰는데도 그날 오후에 부족할 때가 있다.

"일주일에 00개 나갈 거 같으니 좀 더 시켜주세요."

"알았어요."

그리고는 5개만 더 시키는 식이다.


아무리 말해도 별로 소용이 없으니 이제 다들 그러려니 한다.

결국 모자란 것을 빌려오는 것은 우리니까, 우리만 고생하면 된다는 것인지.


또 무엇인가 업무적으로 물어볼 일이 있으면 다른 파트의 O에게 전화를 건다.

O는 이 부서의 책임 업무를 2개월간 수행하고 다른 파트에 간 사람이다.

나는  2년 전 이 곳의 책임을 맡아 1년간 일을  했었다. 하지만  K가 보기에 나는 자기보다 아랫사람이기에 절대 나에게 묻지 않는다.

나는 그때 모든 업무가 돌아가는 방식을 다 파악했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K의 일처리 방식이 더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내가 모르는 걸 내 후배에게 물어본다. 그 사이 바뀌거나 추가된 내용도 있을 것이고 나라고 모든 파트를 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물어본다는 건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배우려는 자세라는 걸 왜 모를까.



하루는 사람들과 아이들 돌 때 받은 금반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돌반지 모아둬 봤자 별로 돈도 안되 돈 받고 금방 팔았다는 사람.

돌반지를 모아서 집 어딘가 넣어뒀다는 사람 등 돌반지에 얽힌 이야기가 나오니 다들 한 마디씩 거든다.

K는 돌반지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시골 친정집에 가야 한다면서 마음이 급해 보였다.  그 이야기를 할 때쯤 장마가 이어져 비가 많이 오고 있었는데, 그분은 돌반지가 떠내려 갈지도 모른단다.

알고 보니 이분은 돌반지를 누가 훔쳐갈 까 봐 시골집 땅에 묻어 두었다!!


땅속에 묻은 금반지는 잘 있을까?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가  죽은 옆집 아저씨의 집에, 돈이 상자째 들어 있었다고 한다.  묻어 두는 돈이나 금은  가치가 없을 텐데도 그분은 그것이 행복 이리라.


이런 일화만 봐도 겁도 많고,  소심한 K에게  계속 의견을 내고 요구를 하는 우리는 그녀 입장에서 진상이었을 듯.

우리에게 말할 때 그녀는  늘 이런 표현을 썼다.

'싸워서 얻어가셨네요.'

리는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의견을 내놓았을 뿐이다. 의견을 내놓는 것 자체가 싸움이라고 여기니 대화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K도 자신과 맞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었을 것임이 뻔하다.



저번 금요일 갑자기 대대적인 업무 개편이 있었다.

조마조마하며 기다린 나는 드디어 다른 파트로 옮기게 되었다!!!

K를 제외한  세명 중 나를 포함한 두 명이 옮기는 것이다. 10월부터!

같이 있던 세명 모두 힘들어했지만 그중 한 명이 그래도 좀 더 K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좀 더 챙겨주었는데 그 친구 한 명만 남았다.


자리가 바뀔 걸 분명히 알았을 텐데 시치미를 떼고 자기는 몰랐다는 식으로 얼버무린다. 하지만 이곳으로 넘어오는 두 명 모두 K가 선택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명은 친하게 지내는 동갑 동료이고 한 명은 성격 좋은 A.  둘 다 K와 같이 일해본 적은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구성원이 바뀌면 모든 게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는 걸까?

우리도 힘들었지만 K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나 보다. 드디어 바뀐다는 기쁨 때문인표정이 좋아 보인다.  심지어 그녀가 금요일부터 자꾸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남은 자여 행운을 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오는 자들이여. 나는 진실만을  말했음을 알아다오~


모든 경험은 자기가 스스로 겪고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내  마법의 구두야, 이제 나를 어디로 데려갈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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