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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육부장 Jan 01. 2024

10년 동안 다녔던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이제는 벌써 지난해의 일이 되었네요. 2023년 12월 31일부로 10년 동안 다녔던 회사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일도 있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홀가분하다거나 뿌듯하다거나 그런 기분은 전혀 들지는 않네요. 생각보다 더 무덤덤하고 무겁기만 합니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이맘때의 저는 대체로 그랬습니다. 하는 일들이 한 해의 끝에 맞춰 다 정리되지 않았고 해를 넘겨서도 해야 하는 일들이 존재했습니다. 사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수상 소감처럼 퇴사를 하면서 나름의 소감을 남들에게 밝힐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고민 끝에 적게 됐습니다. 이게 저의 2023년을 마무리하는 글이면서 저의 10년을 마무리하는 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여전히 10년 전의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구철 이사님으로부터 받은 면접 연락. 합격 후, 첫 출근 날까지. 

1. 부족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골프도 잘 모르는 제가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뛰어난 능력도 없는 제가 운 좋게 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의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선수들과 클라이언트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선, 후배들과의 인연도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해내지 못했던 일들, 실수하고 잘못했던 일들이 더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주니어 시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연차가 올라갈수록 저와 함께하는 분들이 원하는 '결과'를 못 만들어낼 때 너무 죄송하고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부족했던 능력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먼저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일을 잘하고 싶었는데 이 일을 잘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을 많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라는 사람과 저의 노력, 그리고 제 일에 대해서 인정해 주시고 또 칭찬해 주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IB와 GSM에서의 10년은 제 삶을 통틀어 가장 큰 '성취'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성취'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랫동안 하면 얻게 되는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좋은 선, 후배분들과 파트너분들 그리고 훌륭한 선수들 덕분에 얻은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3. 왜 이 일을 하는가?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저에게 누군가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그에 대한 답을 위해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지금은 망하고 세상에 없지만, 첫 회사에서의 2년 동안 15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제날짜에 받은 적이 딱 한 번 있었고 그마저도 마지막 6개월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일은 원래 배고픈 거야라고 생각하며 부모님께 말씀도 드리지 않고, 친구들과 당시에 여자친구였던 아내에게 돈을 빌려 가며 계속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주니어인 제가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마음으로  사업 아이템을 제안도 해보고 했었죠. 그런데 쉽지 않았고 결국 퇴사를 했습니다.  

지금의 회사에서는 주니어 시절에 뭐가 그렇게 걱정인지 두근거림 증상이 너무 심해 정신과치료와 심리 상담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버티고 일을 열심히 했더니 저를 좋게 보시고 함께 하자며 일자리 제안을 주셨던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도 여기에서 그렇게 다녔습니다. 

생각해 보면 확실히 '돈'은 제가 이 일을 하고 회사를 다니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니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곱씹어 보면, 내가 '스포츠마케터'라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 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저에게 가장 큰 동기이자 목표이고 Why였습니다. 

그래서 10년 동안 정말 사랑한 회사였지만, 저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위의 두 가지 기준이 제가 선택하는데 큰 나침반이 되어주었습니다. 정말 제 30대의 모든것을 이 일과 회사에 쏟아부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는 있겠지만 더 노력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새벽에 쓰는 감성 글이라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꽤 길게도 글을 써 내려갔네요. 처음에 먼저 말씀드렸지만 무거운 마음이 더 큽니다. 잘 해결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2014년 30살 1월 ~ 2023년 39살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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