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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육부장 Oct 05. 2023

스포츠마케터의 연봉이 1억 5천이라는 글을 보고나서

21.02.17


어제의 숙취가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다. 정말 오랜만에 저녁 술자리를 가졌다. 진행 중인 입찰 중 한 곳에 제안서를 제출한 뒤 수고했다는 차원에서 먹었다. 오랜만의 쏘맥 맛은 좋았다. 우습게도 아침에 일어나서 폰을 켰는데 블로그가 열려 있었다. 제목은 '취중진담'이었고 오타만 가득한 채로 있었다. 난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던 걸까?


오늘은 꽤 오래전에 봤던 한 유학원의 블로그 글을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을 적으려 한다. 가끔씩 네이버에 '스포츠마케팅'이나 '스포츠마케터'로 검색해서 블로그 글이나 뉴스를 본다.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습관적으로 그렇게 검색을 한다. 대학생 시절부터 그래 왔다. 


그러다 스포츠마케터로 검색하면 VIEW 탭에서 제일 상단에 걸려있는 한 유학원의 홍보성 글을 보게 되었다. '평균 연봉 1억 5천! 스포츠 마케터는' 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제목만 보고 '뭔 개소리야?'라고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 10년이나 일했는데 처음 들어보는 연봉이다. 


내용을 봤더니 대략 이러했다. 


-'스토브리그' 봤냐? 재밌었지?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 스포츠마케터가 하는 일이야.

-1860년대에는 구단에서 선수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어. 이에 반발해 '앨버트 스팔딩'이 본인의 이름으로 회사를 만들었어. 그리고 NBA 등 세계 각국의 공식 농구공을 만들면서 엄청 성장했어. 그래서 스팔딩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 '스포츠마케터' 란다. 

-2019년 미국 기준으로 스포츠마케터라는 직업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봉은 약 1억 5천만원, 평균 교육수준은 학사, 그리고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43세로 나왔어 출처는 '유웨이 글로벌' 바로 우리 유학원 본사 자료야.

-스포츠마케터가 되기 위해 관련된 학문을 공부하는 학교가 늘고 있고 대표적으로 '스포츠경영'이 있어. 스포츠경영학은 인기도 많아.

-그런데 스포츠경영이 유명한 대학은 어디일까? 바로 오하이오 주립대야.

-이 대학교는 우리 '유웨이 글로벌'에서 원서를 받고 있어, 평균 학비는 얼마고 10월 13일까지 접수해, 관심 있으면! 


일단 나는 해외에서 스포츠마케팅을 공부 한 경험이 없다. 그리고 해외의 스포츠마케팅 회사에서 일을 한 적도 없다. 그러니 저기 위에 있는 2019년 평균 자료가 진짜인지 아닌지 말할 수 있지는 않다. (물어볼 곳은 여러 군데 있다.) 그런데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굳이 다른 유학원 블로그 글을 보고 이러는 걸까?


혹시나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학생들이 이 글을 보고 모든 스포츠마케터가 이렇게 돈을 번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의 젊은 학생들이 그렇게 바보는 아닐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SNS나 커뮤니티에서 혹은 채용사이트에서 충분히 원하는 기업의 연봉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지금은 퇴사한) 부하 직원이 알려줬던 채용사이트가 있었다. '잡 플래닛'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이 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단다. 


거기에 보면 회사 다녔던 인원들이 그 회사에 대한 평가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스포츠산업 쪽 채용 카페로 유명한 '스포츠 잡 알리오'에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회사의 연봉 정보가 있었다. 맞는 것도 있었고 틀린 것도 있었다. 물론 나도 우리 회사 직원들의 연봉을 알지 못하니 100% 맞고 틀리고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니 지금 스포츠마케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내가 취업 준비를 했던 2011년보다 훨씬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혹시라도 어쨌든 이곳 '스포츠마케팅' 필드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거나 지나친 기대를 하고 있을까 봐 말씀드린다. (누구든 이 글을 우연히 보게 된다면) 


스포츠마케팅, 여기는 대체적으로 돈을 많~~~~~이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곳 절대 아니다!

나의 첫 스포츠마케팅 에이전시의 연봉은 '1,800만원'이었다. 아마 믿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감안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일단 2012년 연봉이니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물가나 최저시급은 정말 많이 올랐다. 그리고 그 회사는 6명 정도가 일하는 정말 작은 곳이었다. 입사 후 2년을 꼬박 일했는데 제때에 월급이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6개월은 월급을 받지도 못했다. 그만큼 돈을 벌고 있는 회사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회사는 내가 퇴사 후 얼마 안 있다가 사라졌다. 그런데 웃기게도 주니어였던 나는 얼른 다른 곳을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내가 이 회사를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돈도 안 받고 버텼다. 왜 그랬을까 싶다. 


그리고 퇴사 후 한 3주 뒤에 지금 이곳으로 지원을 한 뒤 합격을 했고 바로 이어서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여기서 일한 지 8년 차가 됐다. 처음 여기로 왔을 때 연봉은 첫 회사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좋은 대우를 받았다. (어떻게 보면 이게 정상이었는데 말이다.) 이후로도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아왔다. 


돌이켜보면 나의 스포츠마케터 생활에서 돈은 한 번도 첫 번째 요건인 적은 없었다. 진심으로 말이다. 물론 정말 중요하지만 한 3번째 정도에 위치한 고려 요인이었던 것 같다. 지금의 회사에서도 일하면서 이직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연봉 앞자리가 바뀌는 기회였지만 그것보다 다른 것을 고려해서 이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 스포츠마케팅을 하느냐에 따라서 연봉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스포츠마케팅은 어디까지를 포함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까지 스포츠마케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책에서 나오는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 '스포츠의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만 스포츠마케터라고 해야 할까? 


가령 은행의 사회 공헌 부서에 있는데 전체 100가지의 일 중 한 가지의 일이 골프선수 후원이었다면? 그럼 이 직원은 스포츠마케터라고 할 수 있을까? 없을까? 어렵다. 너무나 많은 경우의 수가 있고 스포츠마케팅 그 자체가 단독으로 진행될 수 없어 믹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예비 스포츠마케터분들께 말하고 싶은 부분은 '어디서 스포츠마케팅을 하는지에 따라서 받게 되는 연봉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라는 것이다. 일반화 시키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에이전시 < 협회 < 브랜드 < 대기업 내 스포츠마케팅 팀 or 구단 프런트의 순으로 연봉이 높아지는 것 같다. (개인차는 분명히 있다!) 


그러니 갈 수 있다면 더 좋은 곳으로 가시라. 그런데 지원하시다 보면 알겠지만 그 문이 정말 좁다. 대기업처럼 일반 공채처럼 매년 상, 하반기로 나눠서 채용을 하는 것도 아니다. 아니면 작은 곳에서 경력을 쌓고 점프업을 계속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나의 정답만 있다고 할 수 없다. 


학생 시절부터 정말 많이 읽었던 책이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왜 일하는가?'이다. 책 내용은 뭐 '일 졸라 열심히 하세요, 그럼 삶도 깨닫고 일도 잘되고 합니다!, 좋아하는 일 찾지 말고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세요! 포기하지 말고 죽도로 하세요!' 뭐 이런 내용?


요즘의 젊은 분들이 읽었을 때는 토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나는 좋았다. 정말 좋았다. 한 10번은 본 것 같다. 힘들 때마다 들춰보고 학교 내 후배 직원들에게 선물도 많이 했다. (다들 읽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왜 이 일을 하려는지 그것부터 잘 마음속에 만들어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언제나 힘든 순간이 온다. (비단 스포츠마케팅뿐만이 아니라) 그런데 그 순간을 넘기려면 각자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답이 있어야만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다. 그렇게 나는 9년의 시간 동안 수차례 찾아왔던 위기의 순간을 '왜' 이걸로 이겨냈다. 그만두기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옆에서 항상 나를 응원해 줬던 아내 '다람쥐'와 나름 코드가 맞고 말이 통하는 좋은 '사수'가 있었다. 그리고 성장 욕구를 자극하는 도전과제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일을 나는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블로그에 엄청나게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돈 때문에 포기하지 않으려고 말이다. 보통 내가 글을 쓰면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최상단에 걸린다. 그래서 저 유학원 블로그 글 바로 위에 걸리면 딱인데 :-) 그런데 최근에 내 글들이 저품질에 걸려서 뷰탭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건 너무 아쉽다. 그래서 다른 경로를 통해서 들어오거나 이웃이신 예비 스포츠마케터가 이 글을 보시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https://brunch.co.kr/@sportsboojang/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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