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에 작별을 고한다”Tennis-I'm saying goodbye”
2020년 2월 26일 마리아 샤라포바가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했다. “Tennis-I’m saying goodbye”라는 말을 남긴 샤라포바 선수는 이로서 여자 테니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샤라포바 선수는 특별하다. 그녀가 걸어온 길은 많은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녀의 삶을 재조명 하면서 제2의 인생에 도전장을 건넨 샤라포바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역대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여자 스포츠 스타는 누구일까? 여자 스포츠 스타 수입을 논하는데 있어 마리아 샤라포바 선수(Maria Sharapova, 1987~현재)를 빼놓을 수 없다. 샤라포바는 2015년까지 11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2016년에는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Jameka Williams, 1981~현재)가 1위(수입 2890만 달러)자리를 차지했다.
2016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2016년 3월 샤라포바는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2년간(최종 15개월로 감면)중징계가 내려졌다. 놀라운 점은 중징계 상태에서도 수입 랭킹 2위(2190만 달러)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당시 포브스가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론다 로우지(종합격투기)와 대니카 패트릭(카레이서)를 제외하고 TOP10에 무려8명이 테니스 선수였다. (최근 몇 년간 자료를 살펴봐도 테니스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도핑 양성 반응에도 불구하고 수입 랭킹 2위를 차지한 샤라포바 수익구조를 살펴보자. 마리아 샤라포바 선수가 2016년 벌어들인 총 수입 2190만 달러 중 상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90만 달러에 불과했다. 총 수입 대비 상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테니스 종목이 기업 후원수단으로써 매력적이다는 점을 말한다. 테니스는 대표적인 귀족스포츠인데, 많은 기업들이 테니스를 후원함으로써 테니스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기업 홍보에 활용한 것이다.
이른바 의미전이효과(Theory of Meaning Transfer)를 노린 셈이다. 의미전이이론은 McCracken(1989)에 의해 제시되었는데 촉진 수단으로 유명인이 등장할 경우, 소비자는 유명인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브랜드에도 호감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론이다. 의미전이효과은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이벤트 스폰서십도 적용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국내 매니지먼트 시장은 여자프로골프가 의미전이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활성화되어 있는데 스폰서 유치 구조가 비슷한 여자테니스가 그 뒤를 이어나가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그럼 본격적으로 그녀가 걸어온 길을 재조명해보자.
마리아 샤라포바는 1987년생이다. 러시아 태생이다. 그녀의 부모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나자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벨라루스로 이주한다. 그의 가족들은 그녀가 2살 때 소치로 이주했는데, 그곳에서 그녀의 아버지는 친구 아들인 예브게니 카펠니코프(Yevgeny Aleksandrovich Kafelnikov, 1974~현재)가 그랜드 슬램에서 우승하는데 도움을 준다. 샤라포바는 4세 때 처음으로 카펠니코프에게 테니스 라켓을 선물 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테니스에 입문하게 된다. 이후 역대 최고의 여자 테니스 선수로 손꼽히는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Martina Navratilova, 1975~현재)가 샤라포바의 재능을 높게 평가하고 현재 플로리다에 있는 IMG Academy에서 훈련할 것을 권유한다. IMG Academy는 안드레 애거시나 모니카 셀레스, 안나 쿠르니코바 등 걸출한 스타 선수들을 많이 배출한 세계적인 아카데미다. 당시 샤라포바 아버지는 아카데미 레슨비를 벌기 위해 접시 닦이, 청소 등 어렵게 돈을 벌었다. 1995년 마리아 샤라포바는 현재 에이전시인 IMG와 계약을 맺었다. 당시 나이 8살이었다. 이후 샤라포바는 주니어와 프로 무대에서 빠르게 성장한다. 2001년 프로에 데뷔한 샤라포바는 2004년 신데렐라로 급부상한다. 2004년 17세 나이로 윔블던이라는 큰 무대에서 첫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따낸 것이다. 당시 당대 최고인 세레나 윌리엄스를 꺾고 우승한 터라 그녀의 우승은 더욱 많은 조명을 받는다. 마리아 샤라포바는 2012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는데 이는 역대 여자 테니스 선수 중 10번째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재미있는 건 메이저 대회 별(윔블던, 롤랑가로스, US OPEN, 호주오픈)로 각 1번씩 우승한 것이다. 큰 무대에서 최소 횟수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차지한 것이다. 워낙 외모가 출중하여 실력 외적인 면이 부각되었다는 평이 있다. 하지만 통산 전적과 상금은 그녀가 세계 최 정상급 플레이어라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다. 샤라포바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이자 개막식 첫 성화 주자로 나섰는데 이러한 사실은 그녀가 단지 상품성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샤라포바는 188cm 큰 키에서 나오는 강력한 서브(170km)와 경기 분위기를 주도하는 '괴성'이 장점(?)이다. 실제 국제 테니스 연맹(ITF)은 너무 심한 소음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사자의 포효가 110데시벨이라면 마리아 샤라포바는 101데시벨을 기록한 것이다. 괴성은 샤라포바의 트레이드마크이다. 샤라포바의 괴성은 휴대폰 벨소리로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늘씬한 몸매 덕분에 모델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는데 코트 위에서 보여주는 남다른 패션감각 역시 그녀의 상품성을 더하고 있다. 우아하고 섹시한 스포츠 테니스와 샤라포바 이미지는 여러모로 잘 매칭된다. 스타성은 스폰서로 연결된다. 샤라포바는 많은 스폰서를 가지고 있는데 나이키(스포츠 용품), 태그호이어(고급 시계 브랜드), 에이본(화장품), 에비앙(생수), 캐논(카메라), 모토롤라(핸드폰)등이 있다. 나이키와는 2010년에 로열티와 보너스를 포함해 8년간 총 7000만 달러(약 851억원)를 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12년 샤라포바는 슈가포바(Sugarpova)라는 사탕 브랜드를 런칭했다.
슈가(Sugar)에 자신의 이름 뒷글자 포바(pova)를 더해 슈가포바라고 지은 것이다. 한 봉에 6~7달러로 일반 사탕보다 5~6배 정도 비싸지만 명품 사탕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현재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약30여 국가에 슈가포바 지점이 있다. 샤라포바는 사탕 한 봉지 당 1.10달러를 수입으로 가져간다. 2013년 기준으로 130만 봉지가 판매되었으며 145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2013년 8월경에 샤라포바가 자신의 이름을 슈가포바(Sugarpova)로 개명한다고 해서 화제를 낳았는데 실제 바꾸지는 않았다.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US OPEN 주간에 화제성을 노린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실제 4대 메이저 대회기간 동안 대회장 인근에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한다. 입술 모양의 로고와 테니스모양의 사탕은 샤라포바를 잘 연상시킨다. 마이클 조던이 에어 조던(AIR JORDAN)시리즈를 히트시킨 것과 같이 샤라포바 자신의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런칭한 것이다. 인도에는 샤라포바의 이름을 딴 고급 주거 빌딩(Maria Sharapova Tower)이 있다. 자신의 이름을 사용할 권리에 대한 대가로 수백 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3월 마리아 샤라포바는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나섰는데 2016년 1월 호주오픈 때 도핑 양성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한 해명이었다. 당시 문제가 된 약물은 멜도니움이라는 물질이었다.
2016년 1월 1일부터 도핑 금지 목록에 포함된 멜도니움은 밀드로넷이라고도 부른다. 멜도니움은 주로 심장 관련 치료목적으로 쓰이는데 신진대사 촉진 기능도 가지고 있어 피로회복과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샤라포바는 유전으로 심장질환, 당뇨등의 질환을 앓고 있었고 치료 목적으로 멜도니움을 복용했다고 한다. 당시 그녀는 밀드로넷이라는 이름으로만 알았지 멜도니움이라는 이름을 몰라 새롭게 추가된 도핑 금지 약물에 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6년 6월 국제 테니스 연맹은 샤라포바에게 자격 정지 2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샤라포바는 국제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제소했고, 같은 해 징계는 15개월로 경감된다. 도핑 규정을 어긴 건 사실이지만 샤라포바의 해명이 어느정도 받아들여진 것이다. 약물 복용은 스포츠 선수에게 큰 타격이다. 하지만 신속히 기자회견을 자처해서 해명했다는 점이 타이거우즈와 대비된다. 2009년 타이거 우즈는 섹스 스캔들 사건에 휘말렸을 때 무려 72일 동안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2016년 수입 랭킹 2위를 차지한 것을 보아도 그녀는 위기에 잘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샤라포바는 2016.7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한다. 외신들은 올림픽 출전(리우올림픽, 2016.08.05 ~ 08.21)이 좌절된 샤라포바가 그 기간 명문대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것으로 전화위복에 나섰다고 전했다.
2017년 4월 15개월 중징계에서 벗어난 샤라포바는 독일에서 열린 포르세 그랑프리대회로 복귀했다. 그런데 샤라포바의 출전을 앞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샤라포바가 1년 넘게 투어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에서 본선 와일드카드를 내준 것이다. 샤라포바의 후원사 이기도 한 포르셰가 내린 결정이었다. 와일드 카드란 주최측 고유의 권한이라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대회 일정을 조정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보통 1회전 경기가 월요일(24일), 화요일(25일) 이틀간 열리는데 샤라포바의 징계 종료에 맞춰 수요일(26일)로 대회 일정을 조정한 것이다. 샤라포바의 출전이 곧 수입(중계권, 스폰서십, 입장권 등)하고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주최측입장에서는 대회 흥행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후 샤라포바는 많은 대회에 와일드카드 형대로 초청되어 본선에 나가게 된다.
2018년 3월 나이키와 샤라포바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나온다. 코르테즈 파스텔 핑크(NIKE CLASSIC CORTEX)다. 제품이 출시되었다는 건 도핑에도 불구하고 나이키가 샤라포바를 계속 후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0년 2월 26일 샤라포바는 보그(Vogue), 베니티페어(Vanity Fair) 기고문을 통해 32세 나이로 은퇴를 선언한다. 보통 선수가 은퇴경기를 치루고 기자회견을 갖는데 반해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이었다. AP통신은 "샤라포바가 그 동안 코트 안팎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그녀의 갑작스런 은퇴는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않고 최후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 인터넷 판은 샤라포바 은퇴 소식을 다루면서 그녀가 10년 동안 어깨 부상으로 고생했다면서 2020년 1월 호주오픈 1회전 패배 후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은퇴를 결심하기로 한 계기는 농구스타이자 멘토였던 코비 브라이언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알려졌다. 샤라포바는 사고일로부터 사흘 뒤에 코비를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인생에서 무엇이 소중 한지를 깨닫게 해주었다"고 게재했다.
은퇴시기를 기점으로 샤라포바는 28년 동안, 다섯 번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했다. 통산 누적 상금은 3877만7962달러로 초청료, 후원 계약 등을 포함하면 샤라포바 수입은 크게 늘어난다. 포브스는 샤라포바 수입이 3억2500만 달러(약3950억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는 세레나 윌리엄스(미국)의 3억 5000만 달러에 이어 여자 선수로는 전 종목 통틀어 2위에 해당한다.
샤라포바가 스타성을 기반으로 마케팅에 특화된 선수라는 점은 상금을 뺀 수입을 살펴보면 명확하게 나타난다. 세레나 윌리엄스 누적 상금은 9271만5122달러이다. 상금을 뺀 수입은 샤라포바가 더 많다. 상금을 제외한 수입은 샤라포바가 약 2억8600만 달러, 윌리엄스는 2억5700만 달러로 추청된다. 샤라포바 은퇴 소식에 테니스 계는 일제히 샤라포바에게 아쉬움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샤라포바와 함께 활동했던 리카르도 피아티 코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놀라운 운동선수와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라며 "코트에서든 바깥에서든 그녀가 그리울 것"이라고 밝혔다.
여자 테니스계의 전설인 빌리 진 킹은 "17살에 윔블던 우승을 차지한 샤라포바는 위대한 챔피언이다. 5번의 그랜드슬램 우승을 거둔 업적은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며 응원을 보냈다.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인 노박 조코비치도 "샤라포바는 위대한 투사였다"라며 "수많은 부상과 수술에도 다시 돌아와 코트에서 싸웠다. 그가 챔피언으로서 가졌던 마음가짐은 보는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라고 찬사를 남겼다.
샤라포바는 은퇴를 맞이해 새로운 각오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동안 테니스는 내게 하나의 커다란 산이었다”며 “내가 은퇴 후 무엇을 하든, 나의 다음 산이 어디가 되든 여전히 도전하고, 그 산을 오르고, 성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샤라포바 활동은 스포츠 종사자들 외 많은 이들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패션, 사업, 마케팅, 위기관리 능력까지 두루 참고할 만 하다.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다. 샤라포바 향후 활동을 주목해보자. 또 다른 기회가 보일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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