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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pr 18. 2023

한국은 모르잖아. 알록달록한 세상.

호주에서 내가 행복한 가장 큰 이유


“언니 호주에 와서 뭐가 젤 좋아요?”

“여기서는 현재를 사는 기분이야.”


브리즈번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들은 언니의 대답은 충격이었다. ‘아니 여기도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을 텐데 뭐가 다르다는 거지?’ 당시 나는 집과 직장을 구하느라고 마음의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서와 다를 거 없는 호주의 일상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니 언니의 말이 이해될리 만무했다.


내 인스타그램을 보고 친구들이 종종 묻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행복해?” 나는 이제 언니랑 같은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현재를 사는 기분이야.”


내가 느낀 호주는 정답이 없다. 즉, 나이에 따라 해야 하는 당연한 일 따위는 없고 자신만의 선택만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호주 사람들은 나를 보고 ‘졸업했어?’라고 묻지 않는다. ‘한국에서 공부를 했었어?’라고 묻는다. 이 사소한 차이는 나이가 들면 당연히 대학을 갔을 거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인식과 매우 다르다.


휴식과 직장에 대한 의미도 매우 다른데, 처음 워홀을 가고 싶다고 했을 때 한국에서 돌아오는 반응들은 다소 차가웠다. ‘근데 거기 가서 그냥 알바만 하다 오는 거 아냐?’,  ‘힘들게 들어간 회사인데 좀만 버티지.’,  ‘쉬고 싶다고 그냥 떠나는 거 버릇되면 큰일 난다. 어떻게 살려고 그래.’


근데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달랐다. ‘한국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좀 쉬고 싶어서 왔어. 지금은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어.’라고 말했을 때 놀라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묻는다. ‘맞아 쉬고 싶을 때 쉬는 게 인생이지.’, ‘그래서 여기 생활은 마음에 들어? 힘든 건 없어?’ 그 날 나는 처음으로 내 선택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았다.


사실 호주에 오기 전 나도 한국 사람들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컨설턴트라는 멋진 직업이 있는데도 그걸 내팽개치고 다시 ‘아르바이트’나 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 맞을까 고민했고, 다들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데, 나만 여기 멈춰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었다.


여기 와서 생각이 바뀌는 중이다.

‘내가 내 삶을 가둔 것은 아닌가?’

내가 행복한 선택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왜 나쁜가. 왜 우리는 하나의 길을 강요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을 지레짐작으로 걱정하는가.


호주에 와서 나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마주하고 있다. 누구는 적당히 버는 대신 오래 여유로운 삶을 선택하고, 누구는 열심히 일하다가 일 년에 한 번, 한 달씩 의료 봉사를 떠나며, 누구는 세계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고도 영어 강사를 한다.


과거에 의해서 현재의 선택이 영향을 받는 일이 없고, 모두가 각자의 행복을 우선순위로 놓고 저마다의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모두가 그 선택을 존중한다.


여기서도 분명 일상의 힘듦이 존재하고, 걱정과 불안도 존재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나 ~이거 해야 하는데 어떡하지.’로 불안했던 적이 없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선택하고, 그것을 열심히 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현재를 사는 기분이다. 그저 나만 신경 쓰면 되는 요즘, 새롭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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