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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May 06. 2023

자발적 이방인

호주 워홀 2개월 차

호주에서 나와 내 친구들은 참 비슷해 보인다. 열심히 영어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외국인으로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하루를 산다. 그러니까 꼭 호주에 사는 우리는 하나의 덩어리 같다.


그러나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기 오기 전 우리는 너-무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한 친구는 아들을 남겨두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유학을 왔고, 한 친구는 5년간 이뤄낸 모든 성취를 뒤로 한 채 더 많은 경험과 휴식을 위해 호주에 왔다. 또 누구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성찰하고 싶어 배낭 하나 덜렁 매고 비행기를 탔다.


친구들이 자국에서 본래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들으면 항상 놀라곤 한다. 아마도 그건 우리가 이전까지 사회에서 정의되어 있던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각자 치열한 고민의 시간을 거쳐 이곳에 왔다. 그동안 이뤄온 것을 포기하기 위해 대단한 용기를 냈고, 익숙하던 것에서 기꺼이 벗어나 조금 불편한 길을 택했다. 그렇게 우리는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자발적인 이방인이 되었다.


우리는 종종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한다. 이방인의 삶은 상상만큼 그렇게 행복하기만 한 일은 아니다. 이방인으로 산다는 건 때때로 쉬이 표현할 수 없는 마음에 답답함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문득 외로워지는 순간에도 꿋꿋이 일어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고, 어떤 성취를 이루기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말미에 우리는 이 나라가 참 좋다고 입을 모은다. 이방인이 된다는 것은 소외감과 고독을 견뎌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 같이 피크닉 하는 가족들 속에서, 단골들로 가득한 동네 빵집에서, 서로 앞다투어 이야기를 나누는 어느 사람들 속에서 나는 항상 양가적 감정을 느낀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그리워 가슴 한편이 쓰라리다가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또 24시간이 48시간처럼 느껴지는 주말 오후에는 어쩔 줄 모를 외로움에 눈물이 나다가 하루를 온전히 나만의 방법으로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기도 한다.

문득 외롭고 고독하지만 충만한 이 양가적인 감정은 기꺼이 이방인이 되기로 결정한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모든 걸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이 시간 속에서 온전히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이 사실을 모두 알고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기꺼이 자발적 이방인의 삶을 선택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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