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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pr 29. 2023

잘 쉬는 것도 능력입니다

이를 악 물고 살던 예전의 나

나는 잘 쉬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정반대였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할 일 목록에 짓눌려 이를 악 물고 살던 사람. 그게 나였다.

2년 전, 이별하는 순간에 이런 말을 들었었다.


'내가 아는 너는 지속적으로 불안할 거야. 넌 이루고 싶은 걸 반드시 이루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사람인데, 네가 이루려는 건 단지 일반 아무거 나가 아니니까. 넌 앞으로도 여러 도전을 통해 많은 걸 경험해보고 싶을 거고, 결과적으로 정말로 참된 성공을 이룰 테니까.'

'넌 뭔가를 이룰 때 미친 듯이 하잖아. 너라면 반드시 이룰 거야. 근데 미친 듯이 노력했으면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너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 어려울 거 알아. 너는 뭔가를 하겠다 마음먹으면 정말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이니까. 근데 건강을 챙기면서 했으면 좋겠어.'

'사실 나는 네 옆에서 종종 자주 외로웠어. 난 항상 바쁜 널 기다려야 했고, 늘 이 악물고 살아가는 널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 말을 듣고 나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아, 이것보다 나를 잘 파악한 문장이 있을까? 내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 사람이 옆에서 다 느끼고 있었구나. 정말 머리를 한 대 땅 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사실 그전부터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내 삶의 방향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에 치여 내면에서 피어나는 작은 의구심과 의심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저 말을 듣고 처음으로 내 인생에 대해 제대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쉬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게 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래서 나만의 휴식 방법을 찾아보았다. 유튜브나 책에서는 여행처럼 일상과 휴식이 단절되는 것보다 일상 속에서 휴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나한테 잘 맞지 않았다. 휴식이 마치 to-do list에 올라와있는 기분이랄까. 할 일 목록 중 하나로 여겨지니 오히려 마지막까지 미루기도 쉬웠다. 또, 휴식을 하더라도 미뤄둔 일들이 거슬려서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일주일 중 하루를 아무것도 안 하는 날로 정했다. 사람 만나기, 공부하기, 팀플 뭐 이런 것들은 다 미뤄두고 혼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날.

그때마다 나는 혼자서 카페를 가고, 서점을 가고, 전시도 보고, 미술관도 갔다. 그렇게 점점 쉼의 감각을 익혀나갔다. '나 이런 것도 좋아하는구나',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는구나'와 같이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많았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년이라는 시간 중 때로는 현실에 치여 휴식하는 것,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이 인생의 중요한 일들을 잊고 지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나는 우상향 곡선으로 성장했다.


특히 요즘 휴식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바뀌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예전에는 휴식 = 시간 될 때, 여유로워지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휴식 = 해야 하는 것,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힘든 일이 생기면 혼자서 자주 중얼거린다. '어, 잠깐만. 잠시 쉴까? 그러고 다시 할까?'


예전의 나라면 쉬는 시간이 아까워서,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거 같아서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을 자주 읊조리는 요즘이다. 그런 나를 보다 보면 자꾸만 웃음이 난다. 2년 전에 '도대체 어떻게 쉬어야 되는 거야.'를 울면서 고민하던 내가 맞나.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 있나.

이제는 알겠다. 휴식이 결코 비효율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거. 오히려 효율성을 높여주고, 일상에 종속되지 않게 더 넓은 시각을 갖게 해 준다는 것.


바뀐 내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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