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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pr 26. 2023

흔들리는 건 중심을 잃은 것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늘 타인의 재능을 부러워했다. 아니 누군가가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를 질타하면서 조급해했다. ‘이러다가 나만 실패하는 거 아냐? 쟤는 분명히 잘 될 거야.’ 끊임없이 떠오르는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사고들은 온갖 빛으로 물들었던 내 하루를 흑백 장면으로 변화시켰다.


평소 멋있다고 생각하는 친구와 지난 연말 여행을 떠났었다. 친구는 나와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 사람이었는데 그 친구를 보면서 '내가 만약 저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게 됐던 거 같다. 아직 내 선택에 대한 확실함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에 만족해하는 친구를 보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도 그림 같은 풍경도 온전히 즐길 수가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친구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내 생각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 왔음을.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우리는 서로 다른 여행 일정을 가지고 있어서 6일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나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은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였다. 우리 둘 다 아직 구체적이지 않은 추상적인 목표였지만, 친구의 목표와 나의 목표가 다르다는 사실은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스피커가 되어 세상에 무엇인가를 외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고, 친구는 자신의 감각을 살려 뭔가를 창조하는 삶, 그리고 해외에서 사는 삶을 그리고 있었다. 즉, 우리는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선택을 하고 서로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게 필요한 행동이 아니었음에도 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괴로워했다. 그때 깨달았다.

아, 기준이 없으면 내가 흔들리는구나.


시간은 한정적이고, 그래서 우리는 삶의 목표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선택한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을 부러워했던 이유는 삶의 목표나 우선순위가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난 그동안 늘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했다.  갭 이어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으면서도 돈을 모으고 경력을 쌓는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직무 경험을 쌓고 싶어 인턴을 선택했으면서 여행을 다닌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내가 그동안 부러워하거나 후회했던 일들을 나열했다. 그러고 다른 선택지들을 통해서는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었을지를 상상해 보았다. 작성하고 보니 그 가치들은 내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과거의 나는 그걸 알고 직감적인 선택을 했었는데, 지금의 내가 후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종 불안해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곧바로 지금 내가 떠올린 생각들이 진실이 아님을 상기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노트를 펴 내 삶의 목표를 다 잡고, 그것에 어울리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삶은 본래 불완전한 것이라 당연히 자주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그냥 속으로 되뇐다. '중심을 잡자. 중심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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