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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pr 21. 2023

제한적 자유 허용

내 삶을 바꾸는 가장 쉬운 결정


워킹홀리데이를 고민할 때, 가장 내 발목을 붙잡았던 것은 돌아와서의 일상이었다.


‘갔다 와서 취직은 어떻게 하지. 신입치고 나이가 많은 건 아닐까.’, ‘또다시 인턴을 해야 할 텐데 이 짓을 또 해야 하는 건가?’, ‘이력서에서의 공백을 어떻게 설명하지?’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이 많다고 안 뽑을 거면 뽑지 마.’, ‘1년의 공백을 이유로 나를 철없는 MZ 취급하면 나도 너네 회사 안 가’와 같은 어쩌라고 식의 말로 내 불안을 다스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분명 나는 저런 고민들을 했었다.


참 역설적인 일이다. 회사에 나를 한정 짓지 않고, 더 큰 꿈에 도전해 보러 1년 휴식을 떠나는 거면서 돌아와서 취업할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니.


돌이켜보면 내가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건 충분한 용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면 안 될 거 같다는 신호는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으나 모든 걸 한 순간에 포기하고 나만의 길을 걷기는 무서웠다. 그래서 영어 공부와 휴식, 경험을 핑계로 1년이라는 시간의 제한을 두고 스스로에게 제한적으로 자유를 허용해 준 것이다.


여기서 지내다 보니 생각이 바뀌고 있다. 1년 뒤에 어디에 있을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다시 컨설턴트의 삶으로, 사무직의 삶으로 돌아갈 거 같진 않다. 내가 재미를 느끼고, 해보고 싶은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워킹홀리데이를 고민하던 그때, 스스로에게 작은 자유를 허용해 준 덕분에 나는 더 자주 삶에 자유를 허용하는 사람이 되었다.


많은 친구들이 퇴사를 꿈꾸고, 나처럼 자유로운 선택을 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실의 이유들로 그걸 실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처럼 단 번에 회사를 관두라고, 그리고 외국으로 떠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스스로에게 자주 질문하고, 자주 제한적 자유를 허용해 주기를 바란다.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 놀아본 놈이 잘 논다.

맞는 말이다.

자유를 즐겨본 사람만이 그 가치를 알고,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이 생각하며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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