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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May 31. 2023

울고 싶은 만큼 펑펑 우세요

한 1년간 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상담을 하고 난 뒤 내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아직도 약간의 편견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다행히도 심리학과 전공자라 편견이 없었으니까.

아니다. 오히려 심리를 공부하면서 상담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던 거 같다. 전공자로서 상담자를 이해하려면 직접 경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상담을 통해 나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힘들 때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상담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체화했던 것 같다.

내가 상담을 받기 시작한 건,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왔을 때였다. 도대체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이 불안한 마음과 스스로에 대한 중압감은 어디서 온 것인지 미치도록 알고 싶었던 시절이었다.​


상담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어떻게 기인된 것인지, 왜 타인과 이별하는 것에 능숙하지 않은지. 그렇게 나와 내 어린 시절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를 이해하자 많은 것들이 저절로 변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내 감정을 그대로 인식하고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상담을 시작하고 4개월 정도가 지났을 무렵 처음으로 거리에서 엉엉 울었던 날을 기억한다. 면접을 보고 알바를 한 직후였는데, 면접에서 들었던 말이 내 마음에 계속 남았던 것이다. 그날 처음으로 내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했다. “지금 슬프구나? 응응 슬플만하지.”라고 중얼거리면서 펑펑 울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나는 누구보다 잘 우는 사람이 되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모든 걸 멈추고 내 감정에 집중해 주는 사람이 된 것이다.




얼마 전, 출근길에 유튜브에서 랜덤으로 재생되는 노래 한 곡을 들었다. 그 노래 가사 한 구절이 나를 자극했고, 버스에서 갑자기 펑펑 눈물이 났다.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참 이상한 광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동양 여자아이가 버스에서 갑자기 펑펑 우는 모습이라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모르겠고, 그냥 그 감정을 충분히 느껴주면서 한 20분을 그렇게 울었다. 이번에도 “슬프구나? 그렇지 그럴만하지. 너한테 참 의미 있는 기억인가 보다.”하고 중얼거렸다. 그러고 나니 참 후련했다.




갑자기 이 사건들이 기억난 이유는 오늘 한 카페에서 옆자리 여성분이 엉엉 우는 모습을 두어 시간 지켜봤기 때문이다. 혹여 내가 슬픔을 느끼는데 방해가 될까 테이블을 슬쩍 당기고는 에어팟을 끼고 의도적으로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았다.

남들을 의식하느라 큰 소리도 내지 못하고 끅끅 거리던 모습이 마음에 걸려 카페를 나오면서 쪽지와 과일을 두고 나왔다.

“저는 엉엉 울고 항상 과일을 먹어요. ;) 마음껏 슬퍼하세요. 그리고 훌훌 털어내세요. 오늘 하루가 눈물로만 기억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응원할게요.”



자신의 눈물에, 타인의 눈물에 더 관대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더 자주 울고, 더 자주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들을 무시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마음껏 수용했으면 좋겠다. 아마 울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펑펑 울고 나면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이 쉽게 힘을 잃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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