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온 지 벌써 3개월 하고도 2주가 지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니. 거짓말 아냐?'라는 말을 하려는 동시에 완전히 적응한 내 모습들이 떠오르는 걸 보면 누가 내 시간을 그냥 뺏어간 건 아니구나 하고 시간의 흐름을 인정하게 된다.
사실 고백하자면 요즘 나는 잘 쉬기를 목적으로 온 워홀임을 잊고 이 기간 동안 뭔가를 이루고 싶어서 조급했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다른 워홀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더 많이 일해야 하나를 고민했고, 또 뭔가를 얻고 싶다는 생각에 사이드 프로젝트에 온 기력 다 쏟기도 했다.
또 잘 쉬는데 집중하기 위해 만들었던 아침/저녁 루틴을 내팽겨치고, 편하고 쉬운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그렇게 정신 없이 하루를 시작해 게으르게 잠드는 일상을 몇 번 반복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여행자의 마음으로 사는 법을 잠시 미뤄두었다. 내가 잘 쉬는 것에, 내가 잘 먹는 것에, 나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는데 집중하는 시간을 잊은 것이다. 특히 직장과 집만 드나드는 날들이 길어지면서 더 그랬던 거 같다.
오늘 인스팩션(계약할 집을 찾아가 둘러보는 것)을 하기 위해 새로운 동네를 가 새로운 길을 걷고, 새로운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멋쟁이들이 가득한 와인 가게를 발견하고, 동네 사람들로 가득한 카페를 발견하고, 예쁜 건물에 한동안 넋을 놓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아파트에 온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산다는 건 이런 것 같다. 나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어 새로운 것들을 계속 보여주고, 작은 것들에 자주 행복하고, 사소한 것에 크게 놀라는 것. 매일매일을 세상을 처음 경험하는 아이처럼 사는 것. 앞으로 남은 기간은 여행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더 자주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몇 주간의 시간이 흔들리며 중심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는 걸 안다. 나에게 맞는 일상의 방법을 찾아 이리저리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내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안다. 아무튼 점점 나랑 친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매일을 여행자의 마음으로 산다는 게 쉽지 않겠지만, 그 소중함을 알고 기꺼이 노력하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일상은 여행처럼, 여행은 일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