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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Apr 04. 2020

저녁 7시, 나를 위해 요리하는 시간#6

해독제는 바로

어떻게 총, 칼 없이 이런게 가능한지, 외출하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타인의 시선은 총칼보다 무섭구나.
그리고 더 무서운 게 회사. 매일 생명의 위협은 느끼지만 다들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출근은 한다. 이런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회사라는 존재!
그런데 출근이라도 하는 걸 어찌 감사하다 해야할지...
사실 대한민국의 절반이 멈췄다. 중국발 부품이 없어서 기약 없이 문을 닫은 공장, 개학 연기에 더 연기를 한 학교와 유치원, 그래서 아이 맡길 데가 없어 출근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들, 손님이 없어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음식점들,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폐쇄된 사무실, 사실상 폐업 직전인 여행사들...
언젠가 누군가 이 글을 읽으며 아 맞다 그때 그랬었지 하며 웃을까, 아니면 또다시 반복된 비극에 절망하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집밖을 나서는 모든 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지금, 대기질은 어느때보다 깨끗하다고 한다. 무슨 짓을 해도 나아지지 않던 북경의 하늘은 중국에서 이 역병이 시작되어 인류의 일상이 멈추자 자연히 맑아졌다. 비로소 자연은 숨통이 트였다.
기적처럼 황사없는 봄이 왔는데 인류는 마스크 없이는 나갈수가 없다.

"유행병"이 이슈가 될때면 나는 후레쉬맨(외국어 표기법에 따른 정식 명칭 "초신성 플래시맨")의 한장면이 생각난다. 어느날부터 지구 사람들이 갑자기 호박괴물로 변하는 유행병이 번지기 시작한다. 나날이 호박괴물로 변하는 사람들은 늘어가고 사람들은 언제 자신도 호박괴물로 변할지 몰라 불안하기만 한데... 사람들이 하나둘 호박괴물로 변하는 이유는 외계 악당이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사람이 호박괴물로 변하는 바이러스인지 약품인지를 음식에 섞어 섞어 전파했기 때문이었다. 그 음식을 먹은 사람은 전부 호박괴물로 변해 가는데, 웬일인지 우리의 주인공과 동네 아주머니 한분만 무사하다. 그 비결은 바로 어제 먹은 된장국. 일본 시리즈이므로 미소시루가 정확하겠지만 아무튼 된장국이 백신이라는 것을 밝혀낸 후레쉬맨은 호박괴물로 변한 지구사람들을 구하는데....
어린 시절의 기억은 각인으로 남아 요즘처럼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된장국을 찾는다.




재료 : 된장, 국간장, 차돌박이, 감자, 양파, 파, 청량고추, 고춧가루
포인트 : 1. 된장으로만 간을 맞추지 않는다.된장 1 대 국간장 1/2 정도로 간을 맞춰야 국물이 뻑뻑하지 않다.
2. 간마늘을 넣지 않는다. 신맛이 날수 있기 때문이다.
3. 차돌박이를 잘게 썰어 충분히 볶아준다. 기름이 녹아야 국물이 맛있다.
4. 감자가 익을때까지 끓여주면 된다.
포인트만 주의하면 조리법은 간단하다.
차돌박이를 볶아서 기름이 충분히 나오면 물을 붓고 감자, 양파, 된장, 국간장, 고춧가루, 청량고추를 넣고 푹 끓이다가 감자가 익으면 송송 썰은 파를 넣어주면 완성. 무나 호박을 넣어주면 더 그럴듯하지만 안넣어도 충분하다.

 

두부도 안넣었다. 단백질이 과한 것 같아서.

꼭 어떤 재료는 넣고 어떤 재료는 빼야할 필요는 없다.

내가 만들어 내가 먹을거니 내가 좋아하는거 팍팍 넣고 싫으면 빼고. 내가 해주는 음식, 그게 장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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