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하고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
수 틀리면 빠꾸. 아빠한테 냅다 뛰어와 알지?
아빠 여깄어. 그러니까 다 너 하고 싶은대로 해. 너 하고 싶은 대로.
(폭삭 속았수다, 양관식)
난 금명이는 다 했으면 좋겠어.
막 다 갖고. 다 해 먹고, 그냥 막, 막 막 펄펄 다.
난 우리 금명이가 상 차리는 사람이 되지 말고
상을 막 다 엎으구 살았으면 좋겠어.
(폭삭 속았수다, 오애순)
폭삭 속았수다는 저에게 판타지였습니다.
아빠 언제나 뒤에 있으니 아빠 믿고 아니다 싶으면 뛰어 오라는 관식과
금명이는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다는 애순.
많은 사람들이 가부장적 시대의 관식과 같은 남편을 판타지라 여기지만 부모인 애순과 관식도 판타지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아군이 되어 주면 좋겠을 사람.
아니 세상 모두 내가 틀렸다고 말해도 유일하게 나를 믿어 주길 바라는 사람.
대단한 걸 해 주지 않더라도 믿고 응원해주기만 해도 좋을 그런 존재.
나는 내 부모가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는 뭐든 잘 해, 다 잘 해라고 말해 주면 두렵고 막막해도 용기가 날 것 같은데
"퇴사"라는 단어 앞에서 부모님은 절대 내 편이 되어주지 않습니다.
그게 그렇게 속상하고 섭섭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태어난 김에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봐라, 너는 다 잘 될 거다
라고 응원해 주고
힘든 날 금명이가 그랬듯 불쑥 찾아가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따순 밥 차려주는 부모를 둔 자식이
몹시 부럽습니다.
엄.친.딸.과 엄.친.아.라는 단어 앞에서 부모는 죄책감을 가지지 않지만
금명이를 부러워하는 저는 아주 무거운 죄책감이 듭니다.
맞습니다. 저는 자식이 없어봐서 부모의 마음을 모르나 봅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신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하지말라 해서 안 한 것은 반드시 후회했고
하지말라 해도 한 것은 절대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저는 말리시더라도 그대로 나아갈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이 길이 몹시도 춥고 외롭습니다.
간절히 바라건데, 살다가 혹시나 힘든 날 힘든 티가 나더라도
거봐라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말씀만은 참아주세요.
그럼면 제가 정말로 슬플 것 같습니다.
곽튜브는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지지와 원조였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에게 유튜버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초창기엔 잘 다니던 회사 때려치고 여행을 간다는 게
허무맹랑한 말이었을 것입니다.
설령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그런 부모가 존재한다는 것은
자식의 자존감에 큰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몹시 죄송하지만 이런 부모를 가진 자식들이 저는 참 부럽습니다.
삼복더위인데 요 며칠 저는 참 춥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