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반짝임, 윤슬

by 윤슬

대학 시절, 내가 다니던 캠퍼스에는 큰 저수지가 있었다. 아침이면 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로웠고, 오후에는 햇빛이 수면 위에 흩어져 반짝였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그 앞에 서 있었을 때,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잔잔히 흔들리던 물결은 햇살을 수천 개의 빛으로 부수어 흩뿌렸다. 그 반짝임이 내 눈 속으로,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모든 슬픔이 사라졌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외로움과 불안, 그리고 어쩐지 늘 내 곁을 떠나지 않던 그림자 같은 무거움이 잠시 자취를 감추었다. 물결의 반짝임이 마치 내 안의 어두움을 반사해 흘려보내는 것 같았다. 나는 그저 서서, 넋을 잃고 빛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왜 반짝이는 것을 좋아할까. 아마도 그 반짝임 속에서 우리는 기쁨생명을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았을 때, 사람들은 찬란한 희망, 그리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꼈으리라. 반짝임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신호였다.


내게 그 저수지의 물결도 그런 의미였다. 반짝임은 아름다움이었고, 동시에 치유였다. 세상이 무겁게 짓눌러도, 나는 그 순간만큼은 가볍고 자유로웠다.


그래서 나는 필명을 ‘윤슬’이라 부르기로 했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이 물결 위에 부서져 반짝이는 모습을 뜻한다. 하지만 내게 윤슬은 단순한 빛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 슬픔을 흘려보내고, 상처를 잠시나마 잊게 하며,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치유의 이름이다.


나는 글을 쓰며 종종 그 저수지를 떠올린다. 물결 위에 흩날리던 수많은 빛들이 내 마음을 비추던 순간을.

글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런 윤슬 같은 빛이 되기를 바란다. 아주 잠시라도, 마음속 어두운 것을 흘려보내고 따뜻한 위로로 다가가는 글.


내 이름은 윤슬이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 위에 반짝임으로 스며들고 싶다. 물결 위의 햇살처럼, 사라지지 않는 기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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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에세이#치유#성찰#힐링#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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