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말주변은 없지 않다. 모임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거나 유머러스하게 상대방 말을 받아치는 센스가 있어 대화를 할 때 재미가 있다. 그러나 섬세함에 있어서는 내 기대치에 못 미친다.
특히 ‘직접적으로 분명히 자기표현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럴지 몰라도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돌려 말하거나 상대에게 다른 의중이 있나 조심스럽게 살펴보는 것을 잘 못한다. 그렇다 보니 섬세하다 못해 예민한 구석이 있는 내 눈에는 이러한 부분들이 매우 걸리적거릴 때가 있다.
보통 그럴 때는 나중에 ‘이러이러하게 이야기해야 상대가 덜 오해할 것 같다’고 말하면 수긍은 하지만 말습관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뀌랴. 10여 년 전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눈에는 부족하다. 하긴 나라고 완벽할쏘냐. 그에게는 나의 지적이 까탈스럽게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틀을 바꾸긴 쉽지 않은 법이기에 이런 일이 종종 걸릴 때면 담백하게 의견을 주고받거나 이해 안에서 잘 넘어가는 편이었다.
문제는 최근 나의 반응이 조금 달라졌다는 점이다. 우선 "또 왜 저래..."라는 속마음이 생기면서 짜증부터 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말들에게도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자주 보이고 특히 그 불편함이 나에게 하는 말에서 느꼈을 때는 심기가 매우 건드려지면서 그와 말을 별로 하고 싶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일명 삐치기 상태에 돌입한 것. 본래 그때그때 마음을 잘 표현하면서 대화를 잘하는 편인데, 말하기도 귀찮아지면서 평생 하지 않던 '삐침'의 상태까지 가다니 스스로 놀라웠다.
그렇다 보니 남편에게 전하는 말수도 줄고 남편이 뭘 물어봐도 답이 짧아졌다. 덩달아 남편이 내 눈치를 보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같이 재택근무하는 날이면 내가 일하는 공간을 조용히 들락날락하면서 한 마디씩 계속 걸으려 노력하는 게 보이는데 그 마음을 알면서도 말하기 귀찮아 또 단답형으로 대화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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