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냐 vs 고질병 치유냐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

by 봄치즈

"오늘부터 커피는 2잔만 마시는 겁니다. 대신 물 4잔. 아셨죠?"


이름 모를 의사의 특명이 떨어졌다. 둘째 아이 출산 후부터 생겨난 약지 손가락의 습진. 아주 작은 부분이었지만 가려움 정도는 너무 심했다. 의사 처방대로 먹는 약까지 먹으며 연고도 열심히 발랐지만 별반 큰 효과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습진은 다른 손가락에도 옮겨갔다. 특히 피곤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날이면 가려움이 더욱 심해진다. '손에 물이 닿게 하지 말라'는 의사의 조언은 엄마의 일상에서는 얼토당토않는 것이었다. 사실 '어쩔 수 없다'며 그냥 고질명으로 여긴지도 오래다.


건조해지는 가을 겨울이 되면 더욱 심해지는 습진. 아이 안과 검진을 위해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가려움에 손가락에 연고를 바르고 있는데 옆에서 지켜보시던 한 분이 '습진이 심하시네요'라며 말을 걸어온다. 알고 보니 피부과 의사였던 그분.


8년 넘게 지속되는 나의 고질병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대뜸 "물을 많이 안 드시죠?"라 반문하신다. 그 질문에 하루를 되돌아보니 정말 하루에 물 한 잔 먹을까 말 까다. 사실상 물 대신 커피를 마신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처음에는 아침잠을 억지로 깨기 위해 커피를 마셨지만 지금은 잠깐의 나만의 시간을 누릴 때마다 함께 하는 소중한 동반자다. 특히나 이른 아침에 내려마시는 커피의 은은한 향과 맛은 기분 좋은 하루를 열어주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원래 피부가 건조하신데 물을 그렇게 안 드시니 더욱 건조해질 수밖에요. 건조함은 습진을 더 악화시켜요. 오늘부터 억지로라도 하루 500ml 이상은 마셔야 돼요. 커피도 금물이에요. 처음에는 갑자기 물 양이 늘어나면 자다가 밤에 화장실 가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몸도 거기에 맞춰져서 안 일어나시게 될 거예요."

"그런데 커피 마시는 건 포기 못하겠는데 어쩌죠?"


"만약 커피를 드신다면 한 잔에 물 두 잔은 마셔야 보충이 돼요. 수분 섭취가 그만큼 중요하거든요. 되도록이면 점심 무렵에 마지막 커피를 드시고요. 이후 커피는 아무래도 숙면에 조금이라도 지장을 주거든요."


우선 커피타임을 고수할 수 있다니 다행이다. 가뜩이나 더욱 심해진 습진으로 잠에서 자주 깨는 요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인터라 일주일 전부터 의사 선생님의 권고대로 '물 마시기'미션을 시작했다. 그리고 닷새 정도 지나니 그 효과가 몸소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선을 자주 벗겨지는 손가락 피부들이 눈에 띄게 사라지고 매끈해진 것. 게다가 많이 사라진 가려움증으로 밤잠이 편해졌다. 3-4일 이후부터는 밤중 화장실 갈 일도 사라졌으니 이 정도의 수준만 앞으로 유지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면장갑 끼기, 오일 에센스 제조해 바르기, 한약까지 자어 먹어봤던 지난날의 노력들. 이 여러 방법 중 가장 큰 효과를 가져다준 것이 세상 손쉬운 '물 마시기'라니. 그야말로 '밥과 물만 잘 먹어도 보약이 따로 없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다.


물의 양을 갑작스럽게 늘리는 데 커피는 큰 보탬이 되었다. 커피 시간을 사랑하는 나로서 절대 그 시간을 양보할 순 없었고 고질병 습진도 고치고 싶었으니 무조건 ''커피 한 잔에 물 두 잔은 지키려고 한 것.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루 섭취 일정량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의 커피 한 잔 후 따뜻한 물 두 잔의 양을 머그컵에 담아 저녁시간까지 틈틈이 들고 다니며 나눠마시고, 점심 후 커피 한 잔을 음미한 후, 노곤해지는 저녁 시간부터 자기 전까지 물 두 잔의 양에 카모마일 티백을 넣어 나눠 마신다. 커피 커피의 향도 고수하고 건강도 지키게 된 셈. 더불어 저녁 티타임도 생기고 '따뜻한 물 맛'에 새로이 매료되는 중이니 요즘 다각도로 미각을 충족시키는 중이다.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신 그 의사 선생님의 성함이라도 여쭤볼 것을. 가르쳐주신 방법을 열심히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그 감사함을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똑똑. 이른 아침 설렘을 주는 아침의 커피 드립 소리. 거의 사라진 습진으로 더욱 매끈해진 손가락을 바라보며 오늘도 나만의 커피 타임을 마음껏 즐겨보련다. 행여 습진이 다시 도질까 하는 걱정은 뒤로하자. 커피 타임 이후 따뜻한 '물과의 만남'이 이어 기다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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