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사기가 난무하는 온라인 세계. 번역 사기.

번역 사기를 당했다. 결론은 모두 돈을 받아냈다.

by 봄비


퇴사를 하고 처음 두 달간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시험을 치른 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님을. 과감히 포기하고 이번엔 공기업 시험을 준비했다. 그러곤 또 흐지부지. 내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을 해봤지만, 결과는 흐지부지였다. 시간만 흘러 보낼 수 없기에 알바처럼 시작한 번역. 그렇게 발을 들여놓으니 승승장구할 것처럼 일이 들어왔다.


번역을 받는 경로는 다양하다. 첫 의뢰는 재능 사이트로 받았다. 재능 사이트는 대학생들도 방학 때 공부 겸 경력 쌓기 겸 알바로 시작해도 좋은 곳이다. 단점은 중개 수수료가 많이 들어간다는 . 예를 들어, 내가 열심히 재능을 선보여 (번역, 캘리그래피, 연애 상담, 여행 플랜 세워주기, 자기소개서 대필, 웹 사이트 제작, 포토샵 등 그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 의뢰인에게 10만 원을 받았다면, 나에게 실제로 돌아오는 건 8만 원이다. 나머지 2만 원은 중개 사이트가 가져간다.


내가 열심히 만든 작품인데, 중개 사이트에서 날름 2만 원을 들고 가는 것 같아서 배가 아프지만, 대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고, 내 재능을 광고하여 의뢰인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사람인이나 알바몬과 같은 사이트에서 번역 회사 공고를 찾아보는 것이다. 업체가 공고를 올리면 지원자는 자신의 이력서를 제출한다. 그럼 테스트 하나를 툭 던져준다. 테스트에 통과한다면 일이 들어오고 연락이 없으면 땡. 어떨 땐 테스트에 통과했음에도 일을 주지 않을 때도 있다. 그냥 자기네 업체에 이렇게 많은 번역사가 있다는 것을 의뢰인에게 보여주기용으로 쓰이거나 이후에 필요할 때 일을 주려고 킵해두는 경우다. 하지만 여기서도 사기업체는 존재한다. 테스트를 통과했는데 일을 주지 않는 건 사기가 아니다. 일을 했는데 돈을 주지 않는 게 사기지. 테스트를 한다고 괜찮은 업체인건 아니지만, 이력서만 냈는데 테스트 없이 바로 일을 주는 업체는 의심해볼 만하다.


특히 돈을 줘야 하는 타이밍에 입금을 미루고 새로운 일을 준다면? 보통의 사고라면 그 일을 거절하고 이전 돈을 받아낸다고 답하겠지만, 막상 그 일을 당하게 되면 바보가 된다. 이전 일의 돈을 받기 위해 다음 일을 받는다.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은 아니지만, 그런 사례들을 주변에 많이 보았다.


팁!
다음이나 네이버 커뮤니티 카페에 가입할 것! 그리고 업계가 돌아가는 현황을 살펴볼 것! 거기서 어떤 업체가 악질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날 알바몬을 보는데 번역가를 모집한다는 A업체의 공고를 보았다. 당장 지원했고, 테스트도 없이 이메일로 바로 일 들어왔다. 아직 번역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서 분량이 많은 건 못했고, 분량이 제일 적은 번역을 받았다. 번역료는 6만 원이었다. 몇 시간 만에 번역을 완료하고 제출. 뿌듯했다. 칭찬도 들어서 어깨가 으쓱.


그리고 얼마 뒤 번역 커뮤니티 카페에 가입을 했는데, 그 카페에는 '사기 고발'이라는 메뉴가 있었다. 호기심에 들어가 읽어보니 가관도 아니었다. 사기꾼이 판을 치는 세상! 그도 그럴 것이 1대 1로 대면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만나서 온라인으로 일을 주고받기 때문에 사기 치기가 더 쉬운 분야다. 가끔 전화나 문자, 카톡으로 소통하는 게 전부라서 서로의 얼굴은 지레짐작할 뿐이다. 얼굴을 보고 하는 일에도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온라인에선 얼마나 더 심할까.


카페 글 중 A업체에게 돈을 못 받았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어쩌지. 이 업체는 이름을 바꿔가며 활동하는 질 나쁜 업체였다. 아니, 질 나쁜 사람이었다. 한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었으니깐. 그러니깐 번역일을 받고, 번역사에게 그 일을 던져준다. 그리고 번역사가 일이 끝나면 그 번역을 의뢰인에게 건네 준 뒤 의뢰인에게 돈을 받는다. 그럼 그 돈을 수수료 떼고 번역사에게 줘야 하는데 그냥 중간에서 꿀꺽. 받지 못한 돈이 어떤 이는 몇 십만 원, 또 어떤 이는 몇 백만 원까지나 된다고 하니 고작 6만 원인 나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아직 약속된 입금일이 아니니 "당신 사기꾼이라고 하던데, 당장 돈 주세요"라고 말하기 애매했다.


그래서 애타게 입금일을 기다렸다. 그 사이에 그 업체에선 몇 개의 번역일을 더 의뢰하였지만, 받진 않았다. 불신이 있는 상태에서 일을 받으면 번역의 퀄리티도 엉망일 테니. 그리고 드디어 입금 날. 아무리 기다려도, 역시나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두 번째 사기는 B 재능 사이트에서 일어났다. 아깐 믿을만한 게 재능 사이트라며? 그런데 그 재능 사이트도 결국 회사이니 망할 수 있다는 것.

보통은 의뢰인이 재능 사이트에 올라온 나의 이력을 보고 쪽지를 보낸다. 그리고 서로 협의하에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어느 날. 재능 사이트 담당자가 전화가 왔다. 번역가를 찾는 의뢰인이 있는데 번역을 하겠냐고. 번역료는 10만 원이라고.


인터넷 기사에도 실린 제법 큰 사이트고 제법 거래도 몇 번 했던 곳이라 의심하지 않고 덥석 일을 받았던 게 문제였다. 거래가 끝이 나고 사이트에 출금 신청을 했는데도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깜깜무소식. 걱정되는 마음에 알아보니 그 사이트가 망해서 문을 닫았다는 거다. 의뢰인은 B 사이트에 돈을 줬는데, B 사이트는 망했다면 나는 누구에게 돈을 받는가? 그렇게 두 번째 사기를 당한 것이다.


어떻게 돈을 받았는지는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사기 업체를 식별하는 방법

1. 업계 커뮤니티 카페에서 그 업체의 평을 살펴본다.
2. 번역의 경우, 구글에 'A업체 번역 사기' 등을 검색해본다. 예전에 누군가가 올린 후기를 읽어볼 수 있다.
3. 사업자등록번호를 문의한 뒤 홈택스에서 그 번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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