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존버정신, 번역 사기에 내가 대처하는 방법

주세요! 내 돈!

by 봄비


못 받을 가능성이 커요. 신고를 취소하시는 게 나을 거예요.



경찰의 말이었다. 6만 원 못 받았다고 신고할 시간에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난 A 번역업체에 돈을 받지 못했고, 그게 소액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이런 사기를 당한 게 나 하나가 아닐 거라는 점이다. 내가 두 눈 질끈 감으면 나와 같은 사람이 또 발생할 것이다. 그건 막아야 한다. 3,000만 원 이하로 사기를 당했을 경우 소액재판에 속한다. 재판 과정은 자세히 모르지만, 사기당한 사람들이 모여 단체로 소송을 하는 것이 이롭다. 번역계도 '번역 사기당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커뮤니티가 있다. 자서 할 수 없는 일은 단체에 숨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기를 치는 사람이 계속 사기를 칠 수 있는 이유는 소송을 걸 때쯤 소송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번역료 일부를 변제해주기 때문. 그러면 소송을 진행하려다 과정이 귀찮고 번거로우니 똥 밟았다 생각하고 소송을 취하한다. 혹은 처벌을 받아도 솜방망이 정도.


나는 직접 경찰에 가서 신고할 금액도 아닐뿐더러 귀찮기도 해서 이버 수사대에 신고 접수했고, 이에 맞게 경찰이 배정되었지만, 돌아오는 말은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이해한다. 사건 사고가 얼마나 많은데 고작 6만 원에 경찰이 움직일까. 인건비가 더 들겠다. 그래서 반쯤 포기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커뮤니티 카페에 동일 인물, 동일 업체에 피해를 봤다는 사람을 볼 때면 울화통이 치밀어올랐다. 전화번호도 바뀌고, 업체명도 바뀌는데 사장 이름은 그대로. 지금도 그 사람 이름을 외울 정도다. 아직도 사기를 치고 다닌다고 하니 그 사람도 참 존버 정신(쉬운 말로 존나 버티는 정신)이 대단하다. 그 사람 이름과 전화번호가 커뮤니티에 뜰 때마다 문자를 보냈다. 늘 다른 말로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잘 계시죠?"

누구세요?

"답장할 시간 있으면 제 번역료 좀 입금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번호를 바꿔가며 서너 번 문자를 보냈 경찰에 신고했다고 경고를 하니 얼마 뒤 미입금액이 얼마냐고 물어본다. 6만 원이라고 하니 어이없어하며 결국 돈을 보내왔다. 나도 참 대책이 없다. 그래도 돈을 받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돈을 받아도 기쁘지 않았다. 진작에 주면 될 것을 왜 많은 번역사들을 괴롭힐까. 정말 악취미도 그런 악취미가 없다.


몇 백만 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겐 몇 십만 원을 건네준 뒤 현재는 사정이 어려우니 조금 뒤에 주겠다고 타이른다고 한다. 그리곤 몇 개의 번역을 더 건네주며 부탁을 한다. 그럼 나머지 번역료를 받기 위해 추가 일을 받는데 그때부터 더 일이 꼬이는 것이다. 조심, 또 조심하자.




이제 한순간에 망해버린 B 재능 사이트에 돈을 받을 차례. 이 업체는 사장이 꽤 유명한 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이트가 망했을 때 사장은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직원들만 앞에 서서 대응을 했다. 조만간 입금이 될 거라고. 그래서 그 업체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하고 어찌어찌하여 사장 번호를 알아냈다. 그리고 10만 원을 보내라고 하니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입금이 되었다. 자기 커리어에 스크래치 갈까 봐. 어떠한 사과 말도 없이 귀찮다는 듯 돈을 보내왔다.




나는 정말 소액 사기를 당했고, 그래서 더 쉽게 받아낸 건지도 모른다. 그 이후 사기를 당했던 적은 없다. 인터넷 거래에선 조심, 또 조심했다.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발을 떼는 것이 좋다. 혹은 선입금 없이 한꺼번에 많은 분량의 일을 줄 때도, 또는 나의 실력도 검증하지 않고 바로 일을 줄 때도 의심해봐야 한다.




사기꾼에게 돈 받는 방법을 찾는 분에게는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난 그저 불행 중 다행이었을 뿐. 그나마 소액 사기였고, 그것도 우여곡절 끝에 받아냈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자면,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신고부터 해야 한다. 주겠지, 하고 기다리다가 정말 사기꾼이 잠적해버리면 상황은 끝. 신고 후엔 바로 해당 업체에 신고 사실을 알린다. 입금료 연기는 한 번이면 족하다. 그 이상은 안 된다.


사이버 수사대나 직접 경찰서에 가서 신고한 후 커뮤니티 카페에 해당 업체의 만행을 알다.

함께 소송할 동지가 필요하기 때문. (그리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것도 업계에 도움이 된다.) 사장 연락처를 알아냈다면 매일 안부를 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 정도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무한 대기. 기다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줄 사람이 줄 마음이 없다면 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안타깝게도 미리 조심하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신뢰가 쌓이기 전까진 늘 조심, 또 조심.


이렇게 말하면 번역 회사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 업계도 사기 업체만 있는 건 아니다. 훌륭한 곳도 많고, 정직한 곳도 생각보다 많다. 우선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런 업체와 거래할 수 있는 훌륭하고 정직한 번역가가 되 것.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떳떳하게 입금을 요구할 수 있다.


다음 화는 번역가의 부업, 번역가의 홍보에 대해 설명할게요.


사기를 당했다면 사기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조언을 구하거나 함께 단체 소송을 할 것!

사기꾼들아 사라져라!
내 돈 주라. 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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