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1 출판 번역가가 되는 방법-몇 번의 고배

내가 출판 번역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

by 봄비

ㅡ다른 부업에 관해서는, 이후에 차근차근 다루겠습니다.ㅡ


번역가가 된 후 자존감이 떨어졌다. 주변 사람들은 나의 일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잠시 쉬는 동안 하는 알바 정도로만 생각할 뿐 언젠가 다시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소한 분야이기도 하고 내내 놀고 있는것처럼 보였니깐. 그렇게 자격지심이 생기고 자존감도 떨어다. 뭐하고 지내냐는 물음에 우물쭈물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느 날엔 그저 지나가는 안부에도 울적해진곤 했었다. 그건 분명 자격지심이었다. (그 당시 나의 버팀목은 부모님이었다. 끝까지 믿어준 그 믿음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어느 날, 안에서 그 일의 최종 목표가 뭐냐고 물어보던 남자 친구. 긴 정적이 흘렀다. 사실 속으론 그런 생각을 했다. '솔직히 자기도 회사 다니면서 꿈도 없고, 목표도 없으면서 왜 나에겐 꿈을 물어보지?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깐?'


이해한다. 아마 불안했을 것이다. 본인도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오래 만난 여자 친구는 백수처럼 보이고, 흔들리는 마음이 더 흔들렸을지 모른다. '이 여자와 미래를 함께 해도 될까?' 확신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내가 직장인이고 남자 친구가 퇴사 후 재취업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면 나도 불안했을 것이다. 지금과 달리 그 당시 우린 어렸고 불안했다. 당연한 물음일지도 모르는 그 꿈에 대한 물음에 나는 반감심이 들었다. 자격지심. 수입이 일정하지 않으니 불안한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부모님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왜 네가 그걸 물어보냐. 네가 나 책임이라도 질거냐. 나는 내가 책임진다.' 속으론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지만, 자존심에 그럴 순 없었다. 뭐라도 쥐어짜야 하는 압박감이 들어 화를 내며 '책 번역'이라고 선포해버렸다.


내 이름이 나온 번역서 하나를 가지는 것. 게 나를 증명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습게도 그때부터 꿈이 생겼다. 번역서를 출판하는 것. 대단한 포부로 시작된 꿈이 아니라 부끄럽지만, 어찌 되었건 꿈과 목표가 생긴 것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일.



시작할 땐 모르는 게 많으니 막막하지만, 진입 장벽만 넘으면 내가 다 씹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산 너머 더 큰 산일 경우가 많지만.) 하나의 산이라도 넘고 싶은데 진입문을 도통 알 수가 없다.충 인터넷에 나온 방법에 따르면 책 번역을 많이 하는 출판사에 이력을 보내거나, 내가 출판하고 싶은 책의 번역본 일부 출판 기획서와 함께 보낸 후 답메일이 오면 테스트를 거치 것? 막막하기 그지없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내가 번역할 책을 찾는 것도, 판권을 확인한 후 번역본을 만드는 일도 막막하다.


내 앞에 떡하니 해설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릴 때 나는 나쁜 손버릇이 있었다. 해설지를 들여다보며 문제를 풀는 습관. 보지 않으려 해도 궁금하면 바로 해설지를 들여다보았다. 스스로 문제 푸는 법을 배웠어야 했는데 답을 보고 거기에 해설을 끼워 맞췄다. 인생도 그런 해설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확신이 있으면 뭐든 잘할 것 같은데.




그럼 나는 어떻게 책을 출판할 수 있었을까? 판과 상관없이 나는 번역 일을 받기 위해 온라인 모든 곳에 나의 이력을 올렸다. 나라는 번역가를 홍보하기 위해 카페에 글을 올렸고, 블로그에도 글을 올렸다.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번역가가 필요하면 연락 달라고 글을 남겼다. 관련이 조금만 있는 곳이라면 디든 상관없었다. (물론 이것도 눈치껏 해야 한다. 눈치 없는 홍보는 강퇴다.)


그런데 어느 날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다. 내 이력을 보고 관심이 생긴다며 테스트를 볼 수 있겠냐고. 테스트는 책의 일부를 번역하는 건데 당연히 무상으로 이루어졌다. (이때 사기를 조심해야 한다. 테스트가 아니라 일을 시켜놓고 테스트였으니깐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무튼) 이제 기회를 잡아야 한다. 몇 시간이면 뚝딱 해낼 분량이었는데 나는 삼일 내내 그 글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제출 후 그 설렘이란. 벌써 역자가 된 기분이 든다. 부모님에게도, 그 당시 남자 친구에게도 리 자랑을 해두었다. '나도 곧 내 이름이 나온 번역서가 생길 수 있어!' 고작 테스트를 거친 거지만, 내가 쓴 글이 스스로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축하며 먹었던 치킨과 맥주의 맛이란. 그간의 서러움이 한 번에 다 내려가는 통쾌함이었다. 그때 답이 왔다. 죄송하다고. 책을 출간할 수준은 아니라고.


그간 의뢰인들에게 칭찬만 들서 이런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데... 이제 번역도 제법 잘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지만 내 수준은 딱 그 정도였다. 출판사에선 감사하게도 자기네가 선택한 번역사의 번역본을 나에게 전달해주었다. 글을 읽으니 나의 부족한 점이 뭔지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공부 방법을 바꿀 차례다. 많은 번역가들이 하는 공부 방법이 있다. 원서 하나를 스스로 번역을 해보는 것. 그리고 출판된 책을 비교해본다. 나의 부족한 부분이 확실히 보일 것이다. 출판된 번역서마다 의미와 느낌이 달라지는 건 단 한 가지 이유다. 번역가가 다르기 때문! 직역을 할 것인가, 의역을 할 것인가. 그것도 관건이다.





이후 출판 번역 기회를 엿봤지만, 느새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나는 안주하고 있었다. 목표는 먼훗날로 미뤄졌다. 현재의 일, 현재의 번역료가 더 중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번역 의뢰가 하나 들어왔다. 나름 재미있는 주제의 번역이라 재미있게 작업을 고 며칠 뒤 또 다른 번역을 의뢰하셨다. 그래서 작업을 완료한 후 문서를 전달하니 이번엔 의뢰인에게서 이상한 답글이 왔다.



그 이야기는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번역일을 받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야 기회가 올 때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내공을 쌓고 있는 중입니다!'


여행칼럼니스트 봄비의 인스타그램

여행블로거의 블로그

여행유튜버의 유튜브



keyword
이전 08화Ep.8 존버정신, 번역 사기에 내가 대처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