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번역가가 부업, 투잡, 쓰리잡을 해야 하 이유

프리랜서는 프리하지 않다. 프리랜서는 프리하다.

by 봄비


나는 프리랜서 번역가가 된 후 두 번의 기근 겪었다.


일단 본업에 집중


회사 업무에도 마감이라는 게 있다. 일정 관리도 잘해야 하고, 우선순위도 잘 정해야 한다. 어느 정도 짬밥이 생기면 물론 하기 싫은 일은 거절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드물다. 사실 거절이라기보다는 후배에게 일 떠넘기기 정도다. 떠넘길 후배가 없다면 거절은 어렵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프리하다. 하고 싶으면 수락하고, 하기 싫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그 거절로 인해 영~영 내가 거절당할까 두려울 뿐.) 열심히 일하면 일한 만큼 벌고, 아니라면 뭐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시간 대비 월급인셈이다. 그렇다면 직장인은? 직급 대비 월급을 받는 직장인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월급은 같다.


항상 바빠 보이는 번역가.
실상은 자주 한가한 백수.


의뢰인은 언제 일을 줄까? 나는 알 수 없다. 몇 년간 일 하다 보면 업계 흐름이란 걸 알 수 있어서 성수기를 지레짐작할 수 있는데 그것도 매년 달라진다. 내가 알고 있는 건 머피의 법칙처럼 일은 항상 몰려서 온다는 것. 내 스케줄을 모두에게 공유하고 싶다. 한가할 땐 불안에 떨게 하더니 다른 일이 생기면 꼭 일을 주는 의뢰인들. 다들 짠 거죠?


내 몸이 한 개라는 걸 잊지 말고, 욕심을 버리자.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을 진행하. 일이 몰려온다면 퀄리티와 기한을 지킬 자신이 있는 일만 받길. 이 일만 고 번역일을 영원히 안 할 것이 아니라면 멀리 바라봐야 한다. 기한에 눈이 멀어 퀄리티를 놓치면 안 된다. 단 돈 몇 천 원의 번역이라도 말이다.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둘 다를 놓친다.
그런데 내가 선택한 한 마리 토끼도 제대로 못 잡는다면? 그때도 둘 다를 놓칠 수 있다.

단발성 일이더라도 의뢰인의 평이 중요하다. 한때 나는 유아 심리학 번역만 내내 했던 적이 있었다. 심리학 전공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번역 하나를 받았고, 그분이 학교에 입소문을 내면서 나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모르는 사람이 더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했고, 더 모르는 사람이 더더더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했다. 단발성 일인 줄 알았는데 장기간 번역을 진행하게 되었다. 나도 번역 인맥이란 것이 생긴 거다. 지만 안타깝게도 그 뒤로 책 번역을 진행하게 되면서 아쉽지만 인연은 거기서 끝.


책 번역 의뢰가 들어왔고, 기에 집중하기 위해 결국 그간 거래했던 업체들과는 거래를 끊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거래하던 업체들에겐 당연히 연락이 오지 않았고, 두 달간 진행한 책도 결국 내 이름으로 나오지 않았다. 실력 부족이라는 이유로 이름을 삽입해 줄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계약금 일부만 받은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결국 난 둘 다를 놓쳤고, 다시 이전의 안정감을 찾는 데는 꽤 랜 시간이 걸렸다. 것이 첫 번째 기근이었다. 두 번째 기근은 자발적이라고 말해도 좋다. 정감을 찾은 후 일이 또 미친 듯이 몰려오던 시기가 있었다. 주말도 없고 공휴일도 없 밤낮도 없이 일이 들어왔다. 몸도 상하고 밤낮이 바뀌니 우울함도 찾아왔다. 친구와의 약속은 수시로 깨졌다.


삶에는 밸런스가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직장인의 워라밸(일과 삶의 밸런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밤에는 일을 고 싶지 않았다. 밤낮이 바뀌면 우울증도 쉽게 찾아온다. 그리도 웬만하면 주말도 쉬고 싶었다! (물론 내 욕심이지만). 그런데 어찌 그게 내 마음대로 되겠는가. 내 입맛에 맞는 시간에 딱 내 입맛에 맞게 일을 받는 건... 직장인도 프리랜서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게 두 번째 기근이 찾아왔다. 자의 반 타의 반 한가로운 시간이 생겼다.


좋겠다. 한가로운 시간!
음... 돈 없는 반백수가 진짜 부러워?

"프리랜서들이 시간이 나면 룰루랄라 놀기만 할거 같죠?"


노노! 빈 시간에는 미친 듯 불안하다. 영영 번역일이 안 들어올 것만 같은 불안감. 공부를 더하거나 이력서를 몇 군데 더 돌려봄으로써 그 불안감을 해소하려 했지만, 해소가 잘 되지 않는다. 시간의 불안정과 더불어 수입의 불안정에 시달리는 하루살이. 이 일을 더 오래 하기 위해선 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주업의 안정감도 찾고, 자리도 잡을 수 있다. (요즘 난 주업과 부업이 주객전도가 되어 부업이 아니라 투잡이 되었지만 그래도 부업은 중요하다.)


수입도 프리하고 시간도 프리하고 싶다면 한 가지 일만 고집할 수 없다! 어떤 이는 내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주업인 번역 외에 다른 부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럴 땐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내가 하고 있는 부업, 회사 다닐 때부터 하던 건데?"


그 부업이 궁금하다면 다음화를 기대해주세요.


일한 만큼 버는 게 프리랜서. 한가로워 보여 부러운가요? 돈도 그만큼 한가롭다는 걸 왜 모르나요. 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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