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뼛쭈뼛. 물음에 부끄러움이 묻어있다. 난 아직도, 진짜 아직도 이런 물음이 익숙하지 않다.
이 일을 돈 때문에 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냥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자본을 들고 있어서 굳이 노동을 할 필요가 없다면, 충분히 쉬어서 무료함이 느껴진다면, 그런 일은 없겠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일을 할 것이다. 그러니 돈 때문에 이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 아니던가. 돈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돈을 못 받았다면 받아내야 한다. 계약서를 써두었다고 해서 믿음만으로이 일을 진행할 수 없다. 내가 이렇게 입금에 예민한 이유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기를 당할 뻔한 일이 두 번 있었기 때문이다. 돈은 꾸역꾸역 받아냈다. (이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에 적어두었다.) 그 이후 나는 더 예민해졌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독촉 메일을 보낸다. 독촉 메일이라기보다는 왜 아직도 입금이 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그런데 전화는 아직도 힘들다. 돈 달라고 말하는 게 아직도 너무 부끄럽다. 정당한 일인데 왜 나는 부끄럽지?
1년간 작업한 잡지사에서 입금 날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그래도 큰 업체이고 믿을만한 곳인데.. 기다리고 기다렸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참다 참다 톡을 보냈다. "혹시.. 이번 입금 날은 늦어지나요?" 아니나 다를까 내가 누락이 되었단다. 이런 일은 그 잡지사뿐만 아니었다.
공공기관에서도 그랬다.
시민기자 활동을 하는데 그달 원고료가 다음 달이 되어도 들어오지 않는 거다. 다른 곳도 아니고 공공기관인데! 설마 누락일까..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인터넷으로 민원처리를 넣었다. 너무도 쉬운 절차이니깐. 그런데 민원을 넣은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원고료가 입금이 되었다. 누락이란다.
어떻게 공공기관에서 원고료를 누락하지. 그저 사람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하는가? 그래도 민원까지 넣는 건 좀.. 내가 잘못한 일 같다. 담당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조용히 넘길 수 있는 일을 나 때문에 괜히 담당자가 혼난 건 아니겠지..
어떨 땐 돈이 너무 적게 들어올 때가 있다. 세금을 뗀 가격이라고 해도 말이 안 된다. 번역 회사에 연락하니 나와 이름이 같은 번역사와 바꿔서 입금했단다. 그 이후 그런 일이 세 번이나 더 있었다. 어휴! 일처리 하고는..!
나도 독촉 메일 보는 게 싫다. 그러니 전화를 못 거는 거지. 하지만 다시금 생각해봐도 이는 정당한 권리다. 입금이 연기된다면 고지를 해줘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확하게 보내야지.
다른 것도 아니고 돈 문제인데! 오늘도 예정일이 지났는데 입금이 되지 않았다. 어휴. 연락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제발 내가 독촉 메일이나 전화를 하지 않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