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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Jan 07. 2020

프리랜서와 취미생활



떨렸다. 내 글이 처음 잡지에 실렸던 날. 나는 몇 번이고 서점 앞을 서성였고, 드디어 잡지가 발간된 걸 확인했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원고료 대신 받은 캐리어도 사진을 찍어두었다. 어디에든 자랑하고 싶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다. 원고료도 제대로 받지 못 독자 여행기였는데...


그때  그저 행복했다. 상관이 없었으니깐.



번역책 제안을 받고 테스트를 받았던 3일간은 정말 욕이었다. 하루, 아니 몇 시간이면 뚝딱 끝 분량인데 같은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낯부끄러운지도 모르고 가족뿐만 아니라 몇 명의 친구에게 전달해 피드백을 부탁했다. 절실했다.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답메일을 받았을 땐 펑펑 울기까지 했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번역료가 중요하지 않았을 때. 그저 번역서 한 권 내보는 게 꿈이었던 날.


친구들이 싸이월드에 열을 올릴 때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도 그거였다. 순수하게 누가 보든 말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나불나불. 체험단? 그게 뭐지? 소정의 원고료? 그건 또 뭐람. 그냥 일기장이 필요했고, 남들이 본다는 생각은 딱히 하지 않았다. 댓글도 없었고, 그저 내 일상을 기록만 하면 그뿐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붙들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블로그를 하고 있는 건지, 블로그가 나를 집어삼킨 건지.


이 브런치 글도 언젠간 의도가 바뀌려나.



취미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늘 취미를 가지고 있었고, 그걸 늘 놓쳤다. 포기하거나 또는 일이 되거나. 


사진도 그렇게 시작했고, 영상도 그렇게 시작했다. 번역도 그렇게, 블로그도, 시민기자 활동도 그렇게 시작했다. 성과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그저 좋아서 한 일이니깐.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좋아요를 신경 쓰고, 원고료와 번역료를 따지고 있다. 일이 되었으니 돈도 벌어야지. 쫄쫄 굶으며 살 수 없잖아. 더 생산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수익이 필요했고, 그렇게 어느새 일이 되었다.



오늘 취미 미술을 배는 날.

진짜 취미를 찾기 위해 찾아보던  중 흥미로운 걸 발견했고, 당장 신청했다.


사실 대와 달리, 두 시간 내내 선 그리기열중했다. 시작 단계엔 뭐든 그렇다고 한다. 기타 배우러 가면 한 달 내내 코드만 배운다고. 누가 선 그리기를 하고 싶어서 가겠는가. 나도 언젠간 멋진 그림도 그리고 채색도 하고 싶은걸.


하지만 무언가를 배우려면 초반의 막막함도, 더디게 성장하는 과정도 견뎌야 한다.


이거만큼은, 꾸준히 해지. 취미로!



혜민 씨, 일단 한 달 뒤에 봅시다.

그때도 이 말을 하는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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