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렸다. 내 글이 처음 잡지에 실렸던 날. 나는 몇 번이고 서점 앞을 서성였고, 드디어 잡지가 발간된 걸 확인했을 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원고료 대신 받은 캐리어도 사진을 찍어두었다. 어디에든 자랑하고 싶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다.원고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독자 여행기였는데...
그때 나는그저 행복했다.상관이 없었으니깐.
번역책 제안을 받고 테스트를 받았던 3일간은 정말곤욕이었다. 하루, 아니몇 시간이면 뚝딱 끝낼 분량인데 같은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낯부끄러운지도 모르고 가족뿐만 아니라 몇 명의 친구들에게 전달해 피드백을 부탁했다. 절실했다.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답메일을 받았을 땐 펑펑 울기까지 했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번역료가 중요하지 않았을 때. 그저 번역서 한 권 내보는 게 꿈이었던 날.
친구들이 싸이월드에 열을 올릴 때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도 그거였다. 순수하게 누가 보든 말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나불나불. 체험단? 그게 뭐지? 소정의 원고료? 그건 또 뭐람. 그냥 일기장이 필요했고, 남들이 본다는 생각은 딱히 하지 않았다. 댓글도 없었고, 그저 내 일상을 기록만 하면 그뿐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붙들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블로그를 하고 있는 건지, 블로그가 나를 집어삼킨 건지.
이 브런치 글도 언젠간 의도가 바뀌려나.
취미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늘 취미를 가지고 있었고, 또 그걸 늘 놓쳤다. 포기하거나 또는 일이 되거나.
사진도 그렇게 시작했고, 영상도 그렇게 시작했다. 번역도 그렇게, 블로그도, 시민기자 활동도 그렇게 시작했다. 성과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그저 좋아서 한 일이니깐.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좋아요를 신경 쓰고, 원고료와 번역료를 따지고 있다. 일이 되었으니 돈도 벌어야지. 쫄쫄 굶으며 살 수 없잖아. 더 생산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수익이 필요했고, 그렇게 어느새 일이 되었다.
오늘은 취미 미술을 배우는 날.
진짜 취미를 찾기 위해찾아보던 중 흥미로운 걸 발견했고, 당장 신청했다.
사실 기대와 달리, 두 시간 내내 선 그리기에만 열중했다. 시작 단계엔 뭐든 그렇다고 한다. 기타 배우러 가면 한 달 내내 코드만 배운다고. 누가 선 그리기를 하고 싶어서 가겠는가.나도 언젠간 멋진 그림도 그리고 채색도 하고 싶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