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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Feb 04. 2020

아저씨! 제발 여기서 멈추세요.

비효율적인 성실함


항상 불이 꺼지지 않는 택시가 있다. 

 가리지 않매일매일 부지런히 아다녔다.  덕분에 가스값은 항상 산더미인데 벌어들이는 수입은 다른 택시보다 적었다.


우직하지만, 미련한 사람이라고 사람들은 손가락질했다. 열심히 해서 뭐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다른 사람보적은데.



이유는 있었다. 그 기사는 방법을 몰랐다. 사람들이 리는 시간 장소가 있는데 요령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퇴근 시간만 되면 공단 근처에는 택시 기다리는 사람들이 뱀꼬리처럼 늘어섰고, 기차나 시외버스, 배가 역, 터미널, 항구에 도착한 시간에도 사람들은 택시를 찾는다. 아파트 입구에서도 사람들이 잘 잡히는 구간이 있다. 


그것이 요령이다.


그런데 이 택시기사는 택시를 몇십 년 간 운행했는데 그걸 몰랐다. 그저 시내만 주야장천 돌아다녔. 사람이 있든 없든 쉬지 않고.


문제는 또 하나 더 있었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선 미리 갓길로 가있어야 하는데 늘 1차선 아니면 2차선이다.


갑작스럽게 손님이 보이면, 1차선에 어떻게 3차선, 4차선으로 차선 변경할지 깜깜하다. 그러다 보니 손님 놓치기가 다반사였다.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결과는 늘 삐그덕거리며 내 마음에 비수를 꽂다. 그런데 엄마에게 그 우둔한 택시기사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답답했다. 아저씨를 찾아가 요령을 알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쩌면 지금 내가 그러고 있는 건 아닐까. 아저씨가 바보 같이 보이면서도, 또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또 다른 나의 이야기는 아닌가 되돌아본다. 그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적어도 영업하는 택시라면 손님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시는 게 최우선이지만, 그 최우선과 맞먹을 만큼 중요한 게 효율적인 수익 창출이다. 손님의 동태를 파악해서 적절한 시간과 위치에 대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가스값 줄이고 영업 효율은 늘릴 수 있다. 또한, 손님을 빠르게 태울 수 있게 늘 준비하는 자세 필요하다.


그저 빈차라는 조명만 켜놓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 그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내 노력이 딱  택시기사 아저씨 같다. 효율 떨어지는데 멈추지 않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 멈추는 것보다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것이 더 마음 편하니깐,  뭐라도 하고 있는 기분이 드니깐 우둔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루 종일 불이 꺼지지 않는 저 택시처럼.


...

존버! 존버!(존나게 버티자. 그러면 좋은 날이 올 것다)를 외쳤지만 사실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는 중요하지 않.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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