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는 <한강>을 집필하며 탈장을 겪었다. 수십시간 앉아 글을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하셨다. <천년의 질문> 탈고 때도 탈장이 왔는데 집필 계획이 틀어질까봐 수술을 미뤘다고 했다. 글을 쓰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걸까.
글을 쓰지 못했던 시간에 대해 말하니 명상 선생님이 답하셨다.
"억지로 쓰는 거라면 그 길이 아닐 수도 있어요."
예전에도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말하면 누군가로부터 종종 그런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어도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뭐 언제는 이 길이 맞아서 갔나...싶다. 아닌 길을 가는 것 또한 나의 전문분야 아닌가. 억지로라도 쓰는 게 어디야. 나는 나 자신에게 싱긋 웃어주었다.
'내 길을 가야 해. 나만의 길을 걸어야 해. 내게 딱 맞는 길을 찾아야 해.'
이런 생각을 다 벗어던졌다. 이 길이 어떤 길인지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 아닐까. 만약 총 100km 짜리 길인데 내가 지금 10km 지점에서 고전을 하고 있고 60km 지점부터는 탄탄대로를 달릴 예정이라면?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냥 '끝까지 쓸 수 있기'만을 바란다.
정말 괜찮다.
내 길이든 아니든. (일단 나는 그걸 모른다. 그냥 가는거다. 이왕 가는 거 내 길이라 믿으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다.)
<최근 변화들>
1. 언제 가장 가슴이 뛰고 재밌는가? 라는 질문에 '글쓰기'가 아니라 '언어 공부'라는 답이 나왔다. 난 언어를 익힐 때가 그렇게 좋나보다. 어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유학을 가려고 그러나?' 그러자 소름이 돋았다.
'소년이 잘못하면 소년원에 가고 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에 간다'는 농담을 들었을 때 고개를 끄덕였었다. 다시는 학교 제도 안으로 들어갈 일은 없을 거라 다짐했다. 초중고대학교까지 평생 굴레처럼 느껴지던 제도에서 벗어났을 때 내 삶은 새로이 시작되었다고 단언했다. 그런데, 그런데...갑자기 대학원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것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전공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설렜던 건 사실이다. 최근 이만큼 날 설레게 한 일이 있던가. 꼭 대학원에 가지 않아도 그쪽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스님 법문을 듣는데, 오늘따라 스님도 '공부를 해야한다'는 법문을 하셨다. 공부는 끝이 없는 것. 30대가 되어 공부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아무도 하라고 압박주지도 않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하니까 재밌다.
2. 꼭 어느 종교를 가지고 싶다기 보다 '영적인 공간'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직장 주위에 예쁜 성당이 있다. 코로나가 사라져 성당에 가볼 수 있음 좋겠다.
3. 일곱 가지 가치의 순위를 매겨보라는 질문에 1) 건강 2)가족 3)직업 4)부 5)영감 6)재능 7)리더쉽이라고 답했다. 맙소사. 가족이 2위다 (7위일 줄 알았는데). 내가 가족을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미처 몰랐다. 재능과 부의 위치가 바뀌어야 하나 고민이다. 하지만 부가 있다면 재능 없이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4. 그릇을 키우려면 '절대 이건 못할거야'라고 생각되는 일에 도전해보라고 한다. 내가 '절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일은 쇼핑몰을 운영하는 일이다. CS가 너무 두렵다. 도전해봐야하나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