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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Feb 13. 2024

책, 그리고 나의 도구들

책을 읽을 때 함께하는 나의 도구들을 소개한다. (갑자기?)



첫 번째, '책 빌리기 중독자'인 나에게 천금같이 소중한 '붙임쪽지 고드름'

 안에서 이리저리 거닐며 독서하는 것을 좋아한다. 책장을 넘기다 '어, 바로 이 문장!' 이렇게 마음을 두드리는 문장을 만날 때면 그 순간 빨리 무언가 표식을 해 두어야 마음이 편한다. 꼭 필사해 두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을 느끼기도 한다. 언제든 좋은 글귀에 붙일 수 있도록 나의 5단 책장에 대롱대롱 고드름처럼, 이 붙임쪽지들을 매달아 놓는다.


이와 더불어 집이 아닌 곳에서 '외부 독서' 혹은 '서서 독서'를 해야 할 때도 '붙임쪽지'는 유용한 내 친구가 되어 준다. 속표지에 붙임쪽지들을 잔뜩 붙여 두면 '소중한 문장'을 만날 때마다 이를 놓치지 않고 붙잡아 둘 수 있다. (붙임쪽지 구입이나 재활용은 나의 오랜 취미이기도 하다.)




두 번째, 책이 쉬어 가는 곳, 북레스트.

'독서 갬성'을 깨워 주는 시각적 도구. 책을 읽다가 잠깐 멈춰야 할 때 이곳에 살짝 걸쳐 두면 다. 특히 이불이나 침대 옆에 두면 더 좋다. 잘 때까지 책장을 넘길 수 있고 일어나자마자 읽던 페이지를 바로 열어 볼 수도 있다.(물론 생각과 달리 그런 일은 내 생애에서 좀체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무튼 독서를 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감성 도구다. 두 개의 레스트를 분리해서 쓸 수도 있고, 합체 시에는 서랍에 안경이나 책갈피 등을 넣어 보관할 수도 있다.

(이것을 대체 어디에 쓰느냐 싶을 수도 있지만 우선.. 예쁘다... 아하핳;;)




세 번째, 투명하여 더 아름다운 너, 아크릴 페이퍼 문진.

오래전 츠타야 서점에 갔을 때 '어머, 이건데, 이거야, 내가 바라던 거!'라고 외쳤으나 가격을 보고 좀 놀랐다. (85,000원이었다.) 생긴 것에 비해 좀 과한데? 나는 도로 내려놓고 여행에서 돌아온 뒤, 국내 문구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저렴한 문진을 찾을 수가 없었다. 거의 7, 8년이 지나서야 내가 원하던 것을 드디어 만났다! 거의 1/3의 가격으로 득템한 이것은 좀 가벼운 것과 약간 중량이 나가는 것 두 종류를 파는 듯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3만 원 정도의 문진을 추천한다.

필사를 할 때는 정말 유용하다.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넘어지지 않고 책장의 균형을 맞추어 준다. (펼쳐 놓은 책등 안쪽 부분의 글자들이 조금 볼록해 보인다는 것은 약간의 단점.)




네 번째, 근면성실하게 책을 이리저리 밀어 주는, 책버티개('북엔드')

책들을 양쪽에서 힘껏 밀어 주는 나의 든든한 도구들. 따로따로 두어도 책을 튼튼히 받쳐 주고, 함께 양쪽에서 밀도록 배치하여도 언제나 단단하게 나의 책들을 멋지게 받쳐 준다. 묵묵한 이 친구들을 볼 때마다 감사하다.




다섯 번째, 기본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도구는 바로 '책갈피.'

좌측 나무 책갈피는 예뻐서 숨멎.. 우측 단풍 책갈피는 친구가 직접 주워다 코팅까지 해 준 책갈피♡

삶이 갈래갈래 나뉠 때는 책 속에 잠시 갈피를 끼워 둔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긴 글과 다량의 사진으로 이미 소개한 바가 있다.)

책 말고 책갈피 수집 중독자 (brunch.co.kr)




마지막으로, 뭐니 뭐니 해도 절대적 조력자는, 햇빛.

방에 햇빛이 들면 나는 갑자기 마음이 분주하다. 얼른 책장에서 책을 꺼내 와 햇빛 앞에 데려다 놓는다. 햇빛 님이 잠깐만 머물다 가시기 때문에 그 님의 보호 아래 책을 읽고 싶어 난 조급해지고 안달이 난다. 마중과 배웅의 시간, 그 틈이 너무도 협소하기에 나는 '햇빛이 오시면 무조건 책 읽기'라는 기준을 스스로 정해 놓았다. (햇빛이 왔을 때 '감성 책 사진'을 찍는 것도 필수다. 어떤 인위적 조명도 자연의 조명을 못 따라온다. 이번 사진만큼은 업로드 시 보정을 하지 않았다. 자연광 그 자체. 이 와중에 '초록은 어디에나' 무작정 강력 추천.)




이렇게 나의 도구들을 소개하다 보니, 이들은 내게 단순히 '도구'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나의 책 읽기를 어여쁘게 만들어 주고, 든든하게도 지켜 주는 성실한 동료들이었다. 동료들 덕분에 나의 독서가 늘 즐거울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들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이렇게 전하고 싶다.



"내 동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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