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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Apr 01. 2024

10시까지는 무조건 행복할 것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라는 책(저자 한비야)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10시까지는 부정적인 말을 하지 말자.'



10시?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일어나서 그때까지는 무조건 좋은 것, 좋은 말, 좋은 생각으로 채우면 어떨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무턱대고 딱 10시. 그래, 해 보는 거야!

쉽지는 않았다. 나도 한비야 작가님을 그저 따라만 하면 될 것 같았는데 마음의 습관을 바꾸일은 녹록지 않았다. 어제 잠을 잘 못 자서, 오늘 출근을 해야 해서, 할 일이 많아서, 혹은 할 일이 없으면 없는 대로 너무 없어서... 이것저것 이유를 갖다 붙이면서 아침 10시가 되기도 전에 내 정신은 불안의 언저리를 맴돌았다.



사실 2023년을 마무리하며 온갖 기준을 세워 두었다.

기준 노트 만들기 (brunch.co.kr)



그중에 지킨 기준은... 글쎄... 너무 많은 기준을 사수하려다 보니 제대로 지킨 것들이 몇 안 된다. 그래서 다시 '기준'을 세웠다. (또 기준?) 많은 기준으로 나를 옥죄지 말고 '시간'을 기준으로 나의 하루를 온전히 세우자는 는 기준!



첫째, 아침 10시까지는 누가 뭐래도 우선 무조건 행복할 것.


오늘 닥칠 일이 어떤 일이든 나는 우선 행복할 자격이 있다, 적어도 10시까지는. 소위 '10시 행복 자격증.' 이유 없이 불안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이유 없는 불안' 대신 '이유 없는 편안'이 올라와도 되는데 왜 불안만 받아들였을까, 라고. 그러면서 시계를 본다. 오, 아직 10시 안 됐어! 난 행복해도 돼! 속으로 이렇게 우렁차게 외친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아침 10시 이후에도 종종, 문득문득 행복의 순간이 찾아왔다. 창문 앞 감나무와 목련을 보며, 떼 지어 날아다니는 물까치를 보며, 그리고 종종 직박구리에게 "어머, 안녕' 한마디를 건네며 차분히 행복을 즐긴다. 이따금 이제 막 피어나려는 자색 목련 몽우리를 보면서 차를 마시기도 한다. 이렇게 아침을 가다듬는 게 아침 10시까지 누리는 나만의 특권.

일을 하러 나가야 할 때도 이 생각(10시 행복 자격증)만큼은 챙겨 나간다. 전철에서 무거운 가방을 메고 앉지도 못한 채 사람들과 부대낄 때, 직장의 문을 열어젖히며 나도 모를 불안으로 심장이 작아질 때, 그때 이렇게 말해 본다.

"아직 8시밖에 안 됐어"

"아직 9시 27분이야, 23분 더 남았어" 

"10시 5분 전이네? 그럼 그동안 잠깐 더 행복해도 돼." 

불안과 우울과 걱정의 마음이 일렁일 때면 아직 몇 분 더 행복할 시간이 남았다고 나에게 주문을 건다. 



둘째, 오후 3시 이후의 삶은 덤.


시간 기준 두 번째 원칙. 나른해지거나 능률이 떨어지는 오후 3시가 되면 3시까지 살아 내느라 애썼다며 나에게 이런 자격증을 수여해 본다. 바로, '오후 3시, 두 번째 삶 자격증.' 예전에 어떤 책들을 보면 '오후 3시'를 하루의 전환으로 삼는다거나 '오후 3시'를 특별한 시각으로 설정하는 책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오후 3시를 나도 마음에 새겨 보기로 했다. 

오후 3시를 기준으로 하루를 두 개의 삶으로 나누어 보는 것. 오후 3시 이전까지의 삶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대로 사는 거고, 썩 내키지 않았다면 3시 이후의 삶에 조금 더 골몰하면 된다. 오후 3시까지 너무 퍽퍽하고 바빴다면 오후 3시 이후의 두 번째 삶에서는 '조금 천천히'와 '휴식 한 스쿱'을 허락해도 좋다. 하루에 두 가지 인생(전생과 현생, 혹은 인생 전반전과 인생 후반전이라는 말을 붙여도 좋겠다.)을 모두 살아 볼 수 있으니 후회는 줄어들고 의지는 늘어난다. 나에게는 하루, 두 번의 기회가 매일같이 주어지는 셈이다. 



물론 하루하루 이 '시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삶에 치이고 일에 치이면 '기준이고 나발이고'라는 격한 마음을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이 피폐해지고 황폐해지는 딱 그때, 나는 문득 시계를 본다.


"어? 9시다. 아직은 더 행복해도 돼."

"어? 오후 3시 넘었다. 이제 다른 하루로 살아도 돼. 그래도 된댔어. 누가? 내가."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소설(저자 은희경)도 있지만 나는 요즘 행복하려고 시계를 본다. 일찍 일어날수록 행복의 시간은 늘어난다. 아니, 늦게 일어나도 상관없다. 아직 오후 3시는 안 되었으니까. 오후 3시면 조금 다른 삶으로, 조금 다른 시도를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 이 글을 쓰는 지금, 하루가 5분 남짓 남았다. 이제 밤 12시부터 아침 10시까지 자면서, 일어나면서, 아침을 맞이하면서 나는 무조건 행복할 것이다, 내일 아침 10시까지는! 오늘, 일기장의 마지막 문장도 아마 이와 비슷하겠지.



10시까지는 무조건 행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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