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애들이 어려서 어디 갈 때마다 같이 가자고 그러더니 이젠 자기들끼리 여행 가더라?"
"야, 너 잘렸어, 야."
그 시간이 우리 육아 인력 3인방에게도 도달했다. 키가 이모 눈썹에 닿을 만큼 훌쩍 커 버린 조카들은 요새 부쩍 '자기들끼리'에 집중한다. 자기들끼리의 놀이, 자기들끼리의 시간, 자기들끼리의 이야기. 이모와 많이 못 놀았다고 눈물 찍을 때가 엊그제인데 그 엊그제는 저 멀리로 손을 흔들며 내 배웅도 없이 훌쩍 떠나는 중이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오지랖 이모의 함정. 자기들끼리 있겠다는데 굳이 전화기를 들어 기어이 궁금한 것을 해결해 내고야 만다.
"둘이서 피아노 학원은 잘 다녀왔어? 엄마는 아직 안 왔고?"
"응."
"둘이 잘.."
"끊을게."
"응? (아직 말이 다 안 끝났... 끊을?)"
"끊을게."
"어? 어."
한참 게임리뷰 영상을 보고 있었던 듯하다. 끝나기도 전에 연결음의 끈은 끊어진다.
끊!을!게!
구름 위를 걷듯 명랑하고도 경쾌한 목소리.
아마도 이렇게 우리의 뜨거웠던, 혹은 이모 혼자 뜨거웠던 한때는...
그렇게 명랑한 결별의 수순을 맞이하겠지?
그건 참 ...
슬프고도, 퍽 아름다운 일일 테다.
자라나는 시절과 멀어지는 순간들을 애써 한군데 묶어 일기장 한 줄로 가둔다고 해서
'이모 섕~각~', '이모 보고 싶어'의 때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돌아갈 수도 없다.)
외려, 묶어 둘 수도 묶어 두어서도 안 되는 소중한 순간들이 제대로 잘 흐르고 있음을 감사해야 할 것이다.
각자의 겨드랑이에서 솜털 날개를 펼쳐 자유와 해방을 준비하는,
나의 어린 조카들.
<끊을게>
사실.. 이제 그 말은 조카들이 아닌, 내가 해 줘야 할 말이다.
끊을게. 이젠 조카중독을 끊고, 훨훨~ 너희의 자유로운 비상을 환한 입꼬리로 바라보고 응원해 줄게. 그렇게 지금 이.. 돌아오지 않을, 엄청나게 기적 같은 너희와의 하나하나의 순간들을, 하나씩 하나씩 끊을게.
그렇게 몇 개의 줄을 기쁘게 끊고 나면, 훨훨 나는 너희의 단단하고 멋진 날개를 구경할 수 있겠지?
아마도 그때쯤 나는 너희의 그 날갯짓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눈이 조금 시릴지도 몰라. 이번엔 이모가 먼저 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