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일에 미안해하는 감정을 담는다. 그리고 기어이 입 밖의 문장으로 '미안해'를 표현해 내는 조카다. 이거 혹시 이모랑 그간 너무 놀아서 그런 걸까. (내 언어 습관의 서두가 '어, 미안'이다.)
다음은 동생이 전하는 또 다른 이야기다.
-아니, 조카2 행동 보다가, 이모가 떠올라서 완전 깜짝 놀랐다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데?
-아니, 스승의 날이라고 비누 카네이션을 학원 선생님들한테 주라고 했거든? 근데 창밖에서 내다보니 첫째만 주고 있는 거야.
동생(조카 어미): 너, 선생님한테 카네이션 드리라고 했는데 드렸어? 조카2: 아, 맞다. 동생: 그럼 카네이션은 어디 뒀어? 조카2: 어? 가방에 두었던 것 같은.. 동생: 가방에 없는데? 조카2: 나도.. 잘 모르겠어...
사실 둘째 조카는, 1학년 때도 학교에 수학익힘책을 종종 두고 왔다. 이모인 나와 함께 책을 찾으러 학교에 재방문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교실 문을 잠겼음.)
이거 이거, 혹시나... 이모랑 어릴 때 너무 자주 놀아서 그런 건가.
어느 날은 차에 타면서 조카2의 손목에 있던 쇼핑백이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진지도 모르고 차에 오르던 우리 둘째 조카. 그걸 본 내가 외친 말.
"앗, 나도 저렇게 잃어버렸던 거구나! 접때 버스 타고 보니까 쇼핑백이 없어진 거야. 속에 휴지만 들어 있어서 가벼웠던 쇼핑백이었지만 그래도 얼른 내려서 찾으러 갔지. 도로 가 보니까 거기 있더라고. 버스 타다가 떨어뜨렸더라니까? 지금 보니 알겠다. 나도 저렇게 떨어뜨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