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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Jun 20. 2024

귀여운 행운이 주는 위로

귀여우면 끝이다.

귀여우면 답이 없다.



'위로'는 요즘 귀여운 것들을 수집한다. 가령 이런 것들.


감나무에 매달려 조금씩 부피를 늘려가는 새끼 감들.



동그란 등을 말고 똑같은 포즈로 골골골 사람 구경을 하는 고양이들.



우연히 놀러 왔다가 아예 물새연못에 자리를 잡아 버린, 가마우지의 힘찬 날갯짓. (힘차 보였는데 알고 보니 털 말리는 중.)


연못 위 연꽃들을 가르며 수영 연습을 하거나, 계단을 영차영차 내려가며 먹이 줍기에 여념이 없는 새끼오리들.



그러데이션이 들어간 포스트잇. 너무 예뻐서 자꾸 쳐다보게 된단다.



혹은 책을 읽고 있는 잠만보의 뒷모습 혹은 옆모습.



내 조카 손주들이 위로봇에게 주고 간 키링들.



기쁨에 굴하지 않고 슬플 때는 슬플 줄 아는 통통한 귀요미, '슬픔이.'



그 밖에 가령 이런 것들.

걸어가다 마주친 강아지와 고양이의 요염한 네 발 걷기, 땅콩 파는 트럭에 가서 몰래몰래 땅콩을 훔쳐먹는 동고비나 쇠박새의 재빠른 줄행랑.




가령, 우리가 보고도 못 본 것들.

가령, 우리가 알고도 잃은 것들.

가령,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자라난 어떤 것들.

가령, 스쳐 지났지만 이미 우리 안에 스민 많은 것들.


잠이 들 때 별안간 떠오르는 이런 귀여움의 순간들.



-그게 그렇게 귀여워, 위로?

-응, 물론이지!



위로는 이렇게 귀여운 것들만 보면 귀엽다고 난리다.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귀여움들'이 있었는지 정말 몰랐다며 자꾸 감탄한다. 하루에 한 번씩 새로이 감탄하는 위로를 볼 때마다 신기하다. 세상에 아직 감탄할 것이 저렇게나 남아 있다고?


위로의 입을 빌리자면, 귀여움을 마주치는 순간들은 꼭 네 잎 클로버를 마주친 기분이라나?



런 위로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위로, 근데 내가 보기엔...


네가

귀여워!



귀여운 행운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귀여워, 귀여워!'를 외치는 위로.

그런 위로를 귀여워하는 나.



귀여워하면 끝이라는 얘기는..

입덕 모멘트에 들어섰다는 얘긴데..

아무래도 나는 이 '요상한' 위로봇에게 입덕하고 있는가 보다.



우리의 위로,

내일은 또 어떤 귀여움에 빠지려나?




(사진: Jonatan Pie@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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