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책장봄먼지 Jul 10. 2024

잠을 잔다, 밥을 먹는다

일상의 기쁨

1. 밥을 먹는다



"나, 너랑 밥 먹으면 이상하게 평소보다 되~게 잘 먹는다. 많이 먹고."

"그래?"

"응."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은 일상으로 여기다가 문득 이렇게 말로 뱉어 버리고 나니, 무언가 대단한 발견을 한 느낌이었다. 아무 걱정도 아무 눈치도 아무 편견도 필요 없어서 이 친구 앞에서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밥을 우물거린다. 자주 배탈이 나는 과민한 나지만, 왜 이렇게 자주 배가 아프냐고, 그냥 지나치는 말로라도 나무라거나 농담으로라도 놀리지 않는 친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친구와 밥을 먹는다,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2. 잠을 잔다



"나, 이 집만 오면 갑자기 잠이 쏟아져."

"아니, 이모. 저거 같이 보자니까! 이모는 왜 자꾸 맨날 자!"

쏟아진다, 잠이. 쏟아진다 너희의 귀여운 잔소리가.


오늘은 서로 별것 아닌 일로 투닥거리며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싸우는 너희를 보고 슬며시 웃음이 난다.

"이모 이거 봐봐."

조금 전에 싸워 놓고 금세 풀려서는 자기가 만든 코딩 영상을 보여 준다. 침대에 나란히 배 깔고 누워 쳐다보다가... 또 쏟아진다, 잠이. 뒤이어 또 쏟아진다, 너의 앙증맞은 잔소리가.


"왜 이모는 우리 집에만 오면 자꾸 자?"

글쎄다. 어제 분명 7시간이나 잤는데 너희만 보면 마음이 무장해제. 너희의 목소리는 세상 달콤한 자장가. 눈을 감아도 눈을 다시 떠도 너희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이곳이 정말 나는 천국, 잠의 천국 같다.


이런 '잠 명소'가 있다는 것. 아무렇지 않게 늘 조카들 사이에서 졸다가 혼나고 졸다가 혼나고. 이런 일상이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일상을 너희 옆에서 누릴 수 있다는 것.

나는 그 사실이 때때로 명치가 슬쩍 저리도록 기쁘고 행복해서...

오늘도 너희 둘 사이에서,

또 그렇게 잠을 잔다.


세상 달콤하고 따뜻한,

그런 잠을 잔다.



일상의 기쁨을 두서없이 기록해 본다.

잠을 잔다. 밥을 먹는다.

그리고 이 '잠'과 이 '밥'으로 이 '글'을 쓴다.


이런 것들보다 더한 기쁨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 이모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