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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Jul 09. 2024

엄마, 이모가...

-무슨 생각해?

-이모 섕~~각.


(내가 눈에 안 보이면 눈앞에 나타날 때까지...)

-이~~~~~모. 니~~~~모~~~


이러던 녀석들이었다...



어느 날 동생이 추억의 동영상을 보내왔다.

주인공은 쌍둥이 조카. 음성 보조 출연은 쌍둥 어미. 무슨 일인지 두 조카 녀석이 세상을 뒤흔들듯 울고 있다. 자세히 들어보니 '이모'라는 낱말이 섞인 대성통곡.


"(조카1은 정말 거짓말 1도 안 보태고 '나라 잃은 표정'으로) 이모 보고 시퍼! 보고 시퍼!!(세상에 사랑을 외치다, 같은 느낌으로)"

"(조카2는) 이모 보고 싶따.. (눈물 또르르 또르르)"

"(쌍둥 어미 왈) 이모 5분 있으면 온대."


5분을 못 참아서 꺼이꺼이 울던 녀석들이었는데...


이젠 전화를 해도 "끊을게"를 먼저 말하고...급기야...

이모의 뒷담화... 아니 앞담화를 시작한다.



사건의 전말을 공개하자면...



얘들아 이 이모가 어쩌고저쩌고.

뭔가 퍼드덕거리는 거야! 그게 뭐였게? 내가 그물망에 있던 오리를..... 저쩌고어쩌고...

이모가 오리를 구했어!



응? 애들이 반응이 없네? 왜 때문에?

그래서 타깃을 변경했다. 마침 동생이 일을 마치고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숨 돌릴 틈도 없는 동생의 귓가로 내 이야기가 흘러든다.


"나, 지난주 일요일에 오리를 구했다!!"


조카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빠짐없이 다시 낱낱이 설명해야 했지만 '나로서는'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짱이지?"


이야기를 끝마치자마자 갑자기 조카1이 내 동생인 제 어미에게로 다가간다... 그러더니 갑자기 귓속말로 저희들끼리 속닥속닥을 시작한다. (낮말은 새가 듣는다기에 귀를 쫑긋해 보지만 안 들림.)


푸핫. 동생에게서 현실웃음이 터진다.


나: 뭔데, 뭔데??

동생: 얘기해도 돼?

조카1: 안 돼.

나: 내 얘긴 거 같은데 말해 줘, 말해 줘.


동생: 이모가...



"엄마, 이모가 너무 잘난 척을 해."



그래, 누가 보면 마치 세상 구한 줄 알았을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브런치 플랫폼에만도 벌써 세 번이나 이 이야기를 우려먹는 중이긴 하다. (글쓰기로 '되게' 나 자신을 자랑했던 나.)

살릴 기회 (brunch.co.kr)

돌아보고 내다보고21 (brunch.co.kr)

너의 한 마리 (brunch.co.kr)


내 글에 다녀가신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봄봄(봄책장봄먼지) 씨, 너무 잘난 척을 하시네여...


뒤늦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그래도...

잘난 척할 일이 많아졌으면...

오리든 누구든 살릴 일이 많아졌으면..!


그렇게 계속해서 내 조카가..


"엄마, 이모가 또 잘난 척을 해."

라는 말을 다시 한번 들을 수 있었으면!




<뒷이야기>
"나 이제 다른 건 몰라도 '오리 고기'는 안 먹을 거야. 오리 살린 사람이잖아, 나!"
내일 보기로 한 조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건네면... 내 귀요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려나?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한 번 더 이모의 잘난 척을 언급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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