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살려 주시오, 도와주시오, 라고 말하는 비현실적 장면은 웃지도 울지도 못할 '웃픈' 장면이다. 이런 판타지적 요소는 교육을 위해 투쟁(데모)을 하거나 질병과 무탈 사이를 아슬아슬 오가며 병원을 드나드는 지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장면들과 절묘하게 교차된다. 그 와중에 가장 중요한 메시지.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드는 와중에도 현실적 공감으로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는 이유는 이 소설이 단순한 현실 이상의 현실을 능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소설을 읽으며 끄덕여 본다. 그러나 그 끄덕임은 항복의 끄덕임이 아니라 '너 거기 있구나.' 혹은 '내가 필요한 거구나.'의 끄덕임. 우리 지구상의 생물체는 '그럼에도' 늘나아가려 애써 왔다. 아무리 인간이 괴롭혀도 아무리 기후가 괴롭혀도 아무리 돌발변수가 생겨도 우리는 항복해서는 안 될 이유가 있다.
어딘가에서 검은 덩어리들이 다가와 우리를 연행해 간다 해도 결코 놀라지 마시라.그들과 동행하는 동안 비린 냄새로 인해 멀미를 할지언정,
우리는... 어쩌면, 끝내 이 지구를, 이 하루를 지켜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아니
지구 생물체는 행복하라.
1. 관전 포인트: 항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는지?
2. 명장면(한 줄): "우리는 그냥 동물입니다. "(172쪽)
3. 추천 독자: 해양생물에 관심이 많은 자, 정보라 작가가 궁금한 자
1일 1소설 핫썸머* 프로젝트!
하루 한 권의 소설을 느긋이 읽고 하루 한 번 조급히 리뷰를 올립니다. 소설 한 잔으로 이 쨍쨍한 여름을 뜨겁게 마셔 버립시다, 렛츠기릿 +_+